"서울시향 츠베덴 음악감독, 세계 곳곳 악단서 '직장내 괴롭힘' 의혹"

  • 츠베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알고 싶다"며 변화의 뜻도 내비쳐

얍 판 츠베덴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사진연합뉴스
얍 판 츠베덴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사진=연합뉴스]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얍 판 츠베덴(64)이 세계 곳곳의 악단들에서 단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공영방송(NPO) 산하 KRO-NCRV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인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했다. 이 방송은 22일에 47분 분량의 유튜브 영상과 기사로 먼저 공개됐으며, 25일에는 ‘NPO2’ TV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제작팀은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 지휘자인 얍 판 츠베덴이 일하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6개월간 5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직원, 경영진 등을 인터뷰했으며 그 결과 두려움의 패턴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당수 인터뷰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뤄졌다.
 
일부 단원은 츠베덴이 리허설 중 실수나 실력 부족을 이유로 다른 단원들이 보는 앞에서 가혹하게 지적당하는 등 모욕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미국의 한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그는 마치 당신이 네 살 아이인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고 전했다.
 
일부 단원들은 츠베덴이 지휘를 맡을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병가를 내거나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베타차단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홍콩의 한 취재원은 어떤 사람이 츠베덴의 비판 대상이 되면 다른 사람이 나서서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직장 내 윤리 전문가인 대학교수 2명에게 익명 처리된 진술서 20장을 읽도록 한 결과 두 교수 모두 츠베덴의 언행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츠베덴은 제작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나로서는 대부분 익명처리된 진술서들의 정확성 여부는 판단할 수가 없으나, 전체적인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다”며 “때때로 나는 강한 어조를 사용하는 등 내가 까다롭게 굴 때가 있다는 점은 나도 안다”고 밝혔다.
 
츠베덴은 “하지만 그런 점이 사람들이 억압당한다고 느끼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정도에 이르는 근로 여건에 대한 변명은 결코 될 수 없다”고 덧붙다. 또 “만약 내가 일하는 방식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알고 싶다”며 변화의 뜻도 내비쳤다.
 
얍 판 츠베덴은 바이올린 신동으로 주목받았으며 인정받았으며 그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 재학 중이던 1979년 19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제1 콘서트마스터)으로 임명돼 1995년까지 활동했다.
 
츠베덴은 지휘를 시작한 후 모국에서는 네덜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헤이그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에서 수석지휘자를 맡아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오케스트라 빌더’로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어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등에서도 음악감독을 지냈다.
 
그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2022년 내정돼 2024년 초부터 5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2026년에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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