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림 여백에 더하고 칠하고…'모두의 상상력' 작품이 되다

  • ① 어린이가 주인공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각예술 워크숍-춤추는 선들' 진행

  • 영국 예술가그룹 '어셈블' 아티스트들과 10~12세 아이들 '드로잉'

  • 돌멩이·흙 등 활용해 작업… 공동작품 완성해가며 존중·협업 체득

어셈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T6에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예술 워크숍-춤추는 선들'을 진행했다. 어셈블 아티스트들과 10~12세 어린이 24명은 함께 드로잉 작업을 했다. 사진 오른쪽은 어셈블의 제이미 수드라.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창작 과정을 더 재미있게 해볼 거예요. 지금까지 하던 작업에 애정이 많이 담겨 있겠지만, 그룹을 한 칸씩 옮겨봐요. 다른 친구가 만든 그림은 존중해야 해요. 찢거나 건드리지 말고, 옆에 잘 어울리게 해주세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T6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시각예술 워크숍-춤 추는 선들'이 진행됐다. 영국 예술가 그룹 어셈블의 아티스트들과 10~12세의 어린이 24명이 드로잉 작업을 펼쳤다.
 
아이들은 문화비축기지 정원에서 채집한 돌멩이, 흙, 강아지풀, 들꽃 등을 노란색 바구니에 가득 채운 후 6명씩 4개의 그룹으로 나눠 색종이, 마커, 풀 등 각종 재료를 활용해 자유롭게 그리고, 찢고, 붙였다. 종이 위에 누운 친구의 몸을 따라 선을 그린 후 돌멩이로 눈과 코를 만들거나, 마커로 그린 손바닥을 나뭇잎이나 들꽃으로 채웠다.
 
활동이 무르익자, 어셈블 아티스트들은 말했다. “각자 채집 바구니만 챙겨서, 그룹을 한 칸씩 옮겨봐요.” 작업에 애정을 듬뿍 쏟아붓던 아이들은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옆으로 이동해 다른 친구들이 작업한 드로잉에 자신들의 작품을 새로이 만들어나갔다.
 
다른 친구가 그려둔 여자아이 옆에는 함께 뛰노는 남자아이를 그렸고, 홀로 서 있는 사람 옆에는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를 만들거나, 손에 풍선을 쥐여줬다. 들꽃으로 귀를, 솔방울로 심장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친구의 드로잉에 자기의 그림을 더하거나 채우며 자연스레 공동 작품을 완성했다. 드로잉 협업을 통해 아이들은 존중을, 더불어 사는 삶을 자연스레 체득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꿈의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사례 및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이날 워크숍을 마련했다. 꿈의 스튜디오는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아동·청소년이 아티스트와 함께 창작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하고 창의적 감수성을 확장토록 하는 게 목표다.
 
어셈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T6에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예술 워크숍-춤추는 선들'을 진행했다. 왼쪽은 어셈블의 안나 러셀.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람을 위해’가 아닌 ‘사람과 함께’
“맞고 틀리고는 없어요. 중요한 건 채집한 재료를 최대한 재미있고 자유롭게 활용하면 되는 거예요. 즐겁게 하면 된다는 점만 꼭 기억해요.”
 
이번 워크숍을 지도한 제이미 수드라와 안나 러셀은 “맞고 틀리고는 없다”고 거듭 다정하게 말했다. 어셈블의 멤버인 둘은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도, 한 발짝 물러나서 아이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켜봤다. 이들이 소속된 어셈블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사람을 위해’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신념이 보여주듯, 건축·디자인·예술 전반에서 민주적 작업 방식을 통해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연결을 촉진한다.
 
흰색 긴 종이는 워크숍 공간 양끝으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제이미 수드라는 “종이 위에 누워 다채로운 동작을 취해도 된다”고 말했다. “종이 위에 누워서 춤추는 동작 등 여러분들이 원하는 포즈를 취한 후, 몸의 선을 따라 라인을 그려봐요. 채집한 것들과 각종 재료로 그림 위를 꾸밀 거예요.”
 
아이들은 색색깔의 종이, 가위, 풀, 스티커, 마커, 오일 파스텔, 테이프, 꽃, 잎, 돌, 나뭇가지 등을 활용해 드로잉을 했다. 어떤 아이는 채집해 온 자연물을 잘라서 종이 위에 붙였고, 어떤 아이는 종이 아래에 나뭇잎을 두고 파스텔로 문질렀다. 나뭇가지는 길쭉한 다리가, 솔방울은 콩닥콩닥 뛰는 심장이 됐다.

아이들의 작업에 워크숍 공간은 금세 풀 향기와 흙 향기로 가득 찼다. 아이들 손에서 풀이 자라고 돌이 새롭게 태어났다. 자기만의 그림에 몰두하거나 친구와 협업하는 등 아이들은 제각각의 방법으로 흰 종이를 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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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T6에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예술 워크숍-춤추는 선들'을 진행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드로잉으로 감각하는 '존중' 
흥미로웠던 점은 드로잉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그룹 이동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1그룹 아이들은 4그룹 아이들이 작업하던 종이로, 2그룹 아이들은 1그룹 아이들이 작업하던 종이로 옮겨간 식이다. 이동할 때는 채집해온 바구니만 들고 갈 수 있었다.
 
안나 러셀은 아이들에게 ‘존중’을 말했다. “여러분이 채집한 것들을 잘 챙겨서 이동하세요. 다른 친구가 만든 그림은 있는 그대로 존중해요. 찢거나 건드리지 말고, 옆에 잘 어울리게 해봐요.”

당황한 아이들은 주섬주섬 바구니를 챙기며 이동한 후 조심스럽게 활동에 임했다. 그룹 이동은 한 차례 더 이뤄졌다. 두 번째 이동 때도 어셈블은 존중을 언급했다.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존중하면서 여러분의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봐요.”
 
꼬마 예술가들은 상상력과 에너지를 모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친구가 그린 꽃과 나무 옆에 태양을 그리거나, 풀로 옷을 만들고, 꽃밭 위에 하늘을 칠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함께 만든 그림은 사람이 되고 꽃밭이 되고 숲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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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T6에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예술 워크숍-춤추는 선들'을 진행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그룹별로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셈블 아티스트들은 아이들 한명 한명이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한 아이가 “채집한 것을 최대한 많이 써서 숲을 나타냈어요. 나뭇가지와 솔방울은 테이프로 붙였어요”라고 작품을 소개하자, 제이미 수드라는 “바닥에 있는 반짝거리는 종이 덕분에 숲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라고 칭찬했다. 선생님을 위한 꽃다발을 만든 아이도, 쿨쿨 자는 돌을 만든 아이도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꿈의 스튜디오’는 영국 어셈블 등 국내외 전문 기관들을 앰배서더로 위촉할 예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어셈블은 어린이 및 미래 세대를 위한 예술교육 공간 조성과 관련, 진흥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 기반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고, 예술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운영 모델과 전문가 협력 체계를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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