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SOC 기피 심화...공사비 현실화 시급

  • 기술형입찰 유찰률 3년 연속 60% 넘어

  • "SOC 계획 흔들리면 국민 피해"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건설경기 침체와 자재비 상승 등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수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수도권 주요 민자사업들이 연이어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지부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사업의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이 오는 6월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던 DL이앤씨가 이탈하고 현대건설도 지분 20% 중 13%를 반납하자 다시 시공사 구성에 나섰다. 대형 건설사들이 빠진 자리는 대보건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HS화성 등 중견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GTX-B노선 중 민자 구간은 지난해 3월 착공식을 열었지만 실착공이 1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공사비 증액과 시공사 이탈 등으로 좀처럼 속도를 못내다가 지난 3월에서야 착공보고서를 제출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올해 상반기 중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서부권 교통망 확충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부선(은평구 새절역~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경전철 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총연장 15.6km를 잇는 서부선 사업은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두산건설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총 사업비도 기존보다 642억원 증가한 1조5783억원에 달하지만, 새 건설사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총 연장 14.8㎞의 경전철 노선인 위례신사선 역시 17년째 표류 중이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수년간 추진해왔으나 공사비 증액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흡한 수익성과 과도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시는 사업비를 당초 1조7605억원에서 4.4% 올린 1조838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업계는 대형건설사들마저 공공공사 참여를 기피하는 주요 요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공사비 산정’을 지목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산출한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9로 2020년(100)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공공공사는 대부분 최초 계약 당시 단가로 수년간 진행되는 구조여서 중간에 발생하는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렵다.

실제 공공 발주 사업의 위축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기술형입찰의 유찰률이 2020년만 해도 16.7%에 불과했지만, 2021년 50%로 급등한 뒤 2022년 64.7%, 2023년 60.7%, 2024년 60.0%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60%대를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간접자본 공사가 지연될수록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광화문·도림천의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다. 지난 2022년 집중호우 침수 피해 이후 대비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3차례 유찰 이후 총 사업비를 1조3700억원(기존 1조2000억원)으로 증액한 끝에 사업자를 겨우 찾았다. 그러나 완공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28년 말로 늦춰졌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유찰된 공사에 대해 수의계약 시 입찰일 이후의 물가 변동분을 반영하고, 장기계속공사의 공기 연장 시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도 공공공사 단가 및 물가 현실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0월 공사비 특례로 물가가 급등했던 동안의 비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4.4%로는 실효성이 낮다"며 "공사 기간 동안의 인상분을 보전하는 장치가 없다면 당분간 공공공사 수주 기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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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TX-C노선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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