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수로 돌려"미중 관세전쟁에 바빠진 中 라이브커머스 1번지

  • 中항저우 MCN업체 '자오거펑유' 탐방

  • 매일 300종 제품 라방...내수진작 일등공신

  • AI 딥시크로 판매 효율↑

  • '항저우 6룡'도 뛰어든 라이브커머스

중국 저장성 항저우 간판 MCN업체인 자오거펑유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간판 MCN업체인 '자오거펑유'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999위안짜리 아동용 스마트워치를 618 쇼핑 할인에 국가 보조금까지 더해 764위안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팝니다."

지난 21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빈장신구에 위치한 현지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자오거펑유(交箇朋友)'의 한 생방송 전문 스튜디오. 중국 쇼핑축제 기간인 6월18일을 앞두고 쇼호스트가 라이브커머스(라이브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 합성어)로 중국의 한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한창 홍보 중이다.   

자오거펑유가 현재 운영하는 생방송 전문 스튜디오만 60여개, 매일 이곳 스튜디오에서 판매되는 제품만 약 300종에 달한다.


매일 300종 제품 라방...내수진작 일등공신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신구에 소재한 MCN업체 자오거펑유 본사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신구에 소재한 MCN업체 '자오거펑유' 본사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자오거펑유는 중국 유명 기업인 뤄융하오(羅永浩)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4월 베이징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이곳 항저우로 본사를 옮겼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소재한 항저우가 ‘중국 라이브커머스 1번지’라 불리는 곳이기 때문. 현재 항저우 빈장신구에 입주한 MCN 업체만 300여곳, 라이브커머스 관련 종사자만 11만명에 달한다. 연간 라이브커머스 거래액만 1000억 위안(약 19조원)에 육박한다. 

자오거펑유는 오늘날 항저우 간판 MCN 업체로 성장했다. 약 5년간 더우인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라이브방송 횟수만 500억 차례, 15만 시간이 넘는다. 산하에 소속된 인플루언서만 1만명,협력하는 국내외 브랜드만 1만2000여개, 누적 소비자만 1억500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거래액은 150억 위안도 돌파했다. 올해는 이보다 20~30% 증가한 170억~180억 위안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특히 올 들어 미·중간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자오거펑유 스튜디오는 더 분주해졌다. 대외 수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소비 진작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수출업체 제품의 내수 판매 전환을 적극 장려하면서다.

자오거펑유가 개설한 수출업체의 내수 판매를 위한 전용 채널에 신청한 기업만 100여곳에 달한다. 아동완구, 미용기기 수출업체 등 대부분이 저장성 현지 수출업체다. 

사실 중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저장성은 수출대성이다. 지난해 수출액만 3조9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중국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15.3%, 수출 규모로는 광둥성에 이은 2위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국제무역 환경이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출길이 막힌 저장성 수출업체들은 주문 급감, 재고 관리비용 상승 등 어려움에 처했다. 자오거펑유가 국가 정책에 호응해 앞장 서서 수출업체의 내수전환에 적극 나선 이유다. 

특히 자오거펑유는 북미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지역에도 MCN 플랫폼을 운영하며 방대한 외국인 쇼호스트 인력 풀도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그동안 대미 수출에 의존해온 수출업체들이 타지역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 하고 있다. 

딥시크로 판매 효율↑.‘항저우 6룡’도 뛰어든 라이브커머스
 
중국 저장성 항저우 현지 AI로봇업체인 청톈커지 창업주가 직접 외골격 로봇을 착용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현지 AI로봇업체인 청톈커지 창업주가 직접 '외골격 로봇'을 착용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최근엔 항저우 6룡(龍·항저우의 주목받는 6개 스타트업)이 뜨면서 자오거펑유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겼다. 바로 항저우 현지 스타트업의 하이테크 기술 제품을 소비자에게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취재진이 자오거펑유 본사를 방문한 당일에도 항저우의 AI 로봇 스타트업인 청톈커지 창업주가 마침 자오거펑유 경영진과 협력을 논의 중이었다. 청톈커지는 올초 중국 타이산에서 처음으로 등산 보조를 돕는 인공지능(AI) 외골격 로봇을 공급한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장지위 청톈커지 창업주 겸 운영부총재는 “그동안 직접 병원 의료기관을 찾아다니며 외골격 로봇을 홍보해왔는데, 자오거펑유 플랫폼을 활용하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오거펑유는 이미 위수커지(宇樹科技 유니트리)를 비롯해 항저우 6룡의 하이테크 제품을 자사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한 바 있다. 지난 3월31일 유니트리 간판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직접 자오거펑유 타오바오 채널에서 첫 라이브방송을 통해 로봇개를 판매했는데, 5분 만에 128만 위안 매출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오거펑유는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을 정도로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특히 라이브커머스에 AI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최근엔 가상 쇼호스트를 시험적으로 투입해 24시간 방송도 가능해졌다.  

우자루 자오거펑유 홍보담당 부총재는 “쇼호스트의 방송 스크립트나 판매할 제품의 품질 심사 등에도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덕분에 사람이 20~40분 걸려서 쓰던 라이브 방송 스크립트를 현재는 AI를 활용해 2분이면 완성해 업무 효율이 10배 늘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엔 신입 쇼호스트가 회사 입사한지 석달만에 딥시크와 AI를 활용해 방송 스크립트를 빠르게 작성해 4시간 만에 1억3000만개 제품 판매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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