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활용한 은행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서 이들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자,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카드사도 이를 기회로 삼아 외국인 고객 전용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번주 외국인 특화 신용카드 'E9페이 카드'를 출시한다. 이 카드는 외국인에게 까다로웠던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완화한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E9 VISA(비자)를 받은 30만 해외 근로자를 대상으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E9페이와 연계해 카드 이용 시 해외송금 수수료를 우대하는 등의 혜택을 담을 전망이다.
BC카드도 다날과 손잡고 올 3분기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선불카드 특성상 신용 심사 없이 충전만으로 이용할 수 있어, 초기 금융 접근성이 낮았던 외국인에게 유용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도 지난 14일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나 더 이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국내 체류 외국인 고객의 일상·여가 활동 등에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KB국민카드는 이미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체크카드 형태의 '웰컴 플러스', 신용카드 형태의 '탄탄대로 웰컴카드'를 운영 중이다.
카드사들이 외국인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2만2108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2020년) 대비 23.5%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내 체류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유학생, 근로자 등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관련 금융 서비스 필요성이 커졌다.
은행들도 외국인 대상 금융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연관 서비스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송금 수수료를 낮춘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 'KB Quick Send'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도록 모바일 웹을 개편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외국인 고객 급여 해외송금에 100% 환율 우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외국인 비대면 신용대출 서비스를 내놓은 전북은행은 외국인 고객 맞춤형 이동 라운지도 선보이고 있다. 금융 복합 상담과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는 3호까지 확대돼 외국인 상권·주거 지역으로 꼽히는 동대문과 대림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상품은 신규 고객 유치뿐 아니라, 이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외국인 고객의 금융 참여가 늘어날수록 금융 시장 전체의 성장 잠재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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