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칼럼] 인도-파키스탄 충돌과 자유민주주의 연대의 한계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최근 인도-파키스탄 간의 충돌은 일단 중단되었지만, 이번 사태는 신흥 지정학적 위기와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연대가 강화되는 가운데, 민주주의 연대와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like-minded democratic countries) 간의 협력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인도-파키스탄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이 충돌이 시작되었는가이다.

이번 사태는 4월 22일, 인도 북부 지방인 카슈미르 지역의 파할감(Pahalgam)에서 발생한 잔혹한 테러 공격으로부터 촉발되었다.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인도인 관광객들을 기습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종교를 물은 뒤 힌두교도 남성들을 가족들 앞에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자의 종교를 식별하기 위해 침해적이고 잔혹한 신체 검사를 실시했으며, 그 수법은 이 글에서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 학살로 인해 외국인 1명을 포함한 총 26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들 중 다수는 아내와 자녀 앞에서 살해당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이번 끔찍한 사건은 인도 전역에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인도 정부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파키스탄 점령지인 카슈미르 내 테러리스트 캠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인도는 5월 7일, 해당 캠프를 정밀 타격하는 군사 작전을 단행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인도에 대해 군사적으로 보복했다. 이후 나흘 동안 양국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고, 두 핵보유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행히도 양국은 5월 10일 휴전에 합의하면서 사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처럼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 이후인 5월 13일 아담푸르Adampur에 위치한 인도 공군 기지를 방문해 대테러 작전에 참여한 인도 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 이후인 5월 13일, 아담푸르(Adampur)에 위치한 인도 공군 기지를 방문해 대테러 작전에 참여한 인도 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필자 제공]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 이후인 5월 13일, 아담푸르(Adampur)에 위치한 인도 공군 기지를 방문해 대테러 작전에 참여한 인도 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록 전투는 종료되었지만, 이번 갈등은 많은 미해결 질문들을 남겼다. 특히 권위주의 연대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연대가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우려 중 하나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대응 격차이다. 

권위주의 진영은 신속하게 파키스탄을 지지한 반면,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대부분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무고한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에 대한 테러 공격의 본질을 인정하기보다는, 이들 국가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인도의 고통을 위로하는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갈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진영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위기 시 상호 지원을 전제로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는 인도를 포함한 가치 공유 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이 글로벌 민주주의 질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으며, 9·11 테러 규탄부터 최근 무역 및 기술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지속적으로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정작 인도가 민주주의 파트너들로부터 최소한의 상징적 연대를 절실히 필요로 했을 때, 인도는 외롭게 고립된 채 남겨졌다. 반면 파키스탄은 권위주의 동맹국들로부터 첨단 AI 기반 무기를 포함한 전방위적 지원과 외교적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비대칭적 대응은 점점 더 양극화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민주주의 협력의 신뢰성과 일관성, 그리고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외교적 관점에서 특히 실망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동일한 범주로 간주함으로써, 이번 사안의 본질적 비대칭성과 사태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사태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양국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양측을 “위대한 국가들”로 지칭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급부상하는 경제 강국인 반면, 파키스탄은 군사 독재의 오랜 역사와 국제 원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진 국가로, 양국 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인도 입장에서 더욱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이 지속될 경우 양국 모두와의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이다. 이러한 반응은 인도에 있어 매우 중대한 시점에서 깊은 상처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도는 미국이나 다른 자유주의 민주국가들이 파키스탄이 권위주의 동맹국들로부터 받은 것처럼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자국의 대테러 작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민주주의 파트너들이 인도의 고통을 이해하고, 국경을 넘는 테러에 맞서 도덕적 연대를 표명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선상에 놓음으로써,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본질은 물론이고 다방면에서 강화되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공조가 지닌 광범위한 함의마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는 향후 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예컨대 한반도와 같은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했을 때 민주주의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 인지에 대한 확신은 이제 사라졌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구체적 맥락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무기력한 태도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을 수호하기보다는, 각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도가 느끼는 감정은 국제 질서 속에서 진정한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보는 결국 자력에 달려 있다. 자유민주주의 연대라는 이상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자각은 향후 글로벌 분쟁 관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권위주의 정권들이 내부 결속과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그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박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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