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 인 더 풀' 효우 "스크린 속 내 모습 낯설었지만…기회 또 찾아와주길"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무대 위를 유영하던 댄스 크루 훅 소속 댄서 효우(25)가 카메라 앞에 섰다. 수많은 수식어를 지우고 말간 얼굴을 드러낸 그는 꿈과 현실 사이를 표류하는 열아홉 소녀 '석영'을 통해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인물의 면면을 톺아낸 그는 스크린 너머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스크린 속 제 모습이 너무 낯설고 이상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러만 갔지. 제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고 또 벅찼어요. 큰 화면으로 보니 미세한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가 잘 보여서 '왜 저렇게 했지' '아, 더 잘 할 걸' 싶기도 하고요." 

효우의 스크린 데뷔작인 '보이 인 더 풀'(감독 류연수)은 수영을 좋아하는 소녀 '석영'과 물갈퀴를 가진 소년 '우주'의 만남과 비밀을 담은 청춘 성장 연대기다. 

극 중 효우는 우주를 만나고 자신이 수영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소녀 '석영'을 연기했다. 우주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고 그를 수영으로 이끌었으나 결국 자신은 수영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석영'에게 공감했어요. '우주'의 물갈퀴는 뛰어난 재능을 상징하고 있잖아요. 저도 댄서로서 '석영'과 같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재능이 뛰어난 건 아니었어서 어릴 때 영상을 보면 몸치 같아 보이기도 하거든요. 춤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라서 석영처럼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석영'이 느끼는 재능이라는 벽과 현실에 대한 감각은 효우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그는 '석영'과 닮은 부분들을 찾아나갔고 자신의 감정과 일체 시키며 캐릭터를 빌드업시켰다.

"석영이는 너무 큰 좌절을 경험해서 우울의 늪에 빠져있다고 생각했어요. 힘이 빠진 상태라 일어날 힘도 없는 거예요. 회피하고 있다고 보았어요. 석영에게 깊이 공감했지만, 다른 부분들도 많아요. 일단 석영이는 꿈을 포기했잖아요. 좌절을 겪고 꺾이기도 했지만 저는 현재진행형이니까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에 집중했어요."

효우는 류 감독의 제안을 받고 '보이 인 더 풀'에 합류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무대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류 감독은 효우에게 직접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내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감독님께 DM이 왔어요. 솔직히 '이게 뭐야' 싶어서 읽지도 않았어요. 제가 어디에서 연기를 보여드린 것도 아닌데 영화 캐스팅이라니. 믿기지 않잖아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또 한 번 연락이 주셨고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안 좋게 보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계속해서 믿음을 주셨어요.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겠구나' 싶어져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류 감독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7화 혼성 퍼포먼스 무대를 보고 효우의 캐스팅을 결심했다. 댄서 웻보이(Wet Boy)와 완성한 뮤지컬 같은 무대를 보고 그의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맨 오브 훅' 혼성 퍼포먼스 무대를 좋게 보셨나 봐요. 감독님께서 격한 안무를 추는데 그 속에서 절제된 표정 연기를 해내는 게 인상 깊었다고 하셨어요. '이런 것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으셨대요."

출연을 결심한 뒤 효우는 고민에 빠졌다. 발성 같은 기본기가 부족하게 느껴져서였다. 그는 "이제라도 연기 학원에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졌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해 본 적도 없으니까요. 발성도 부족한 거 같고 걱정도 커져서 감독님께 '연기 학원을 알아볼까요?' 묻기도 했어요. 감독님께서 잠깐 고민하시더니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가보자. 효우 그대로를 보여달라'고요."

류 감독의 혜안은 통했다. 효우는 '석영'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갔고 그의 마음을 순수하게 표현했다. 그는 석영과 일체하는 순간을 느끼기도 했다고 거들었다.

"석영의 감정들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저도 그렇거든요.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왜 저렇게 못 하지' 좌절할 때도 있어요. 석영의 감정이나 행동이 낯설지 않았어요. 그럴 때면 (석영과 일체한다고) 느껴졌죠."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배우와 역할이 일체되는 순간 느껴지는 기묘함도 있었다. 머리로 이해한 '석영'과 연기하며 느껴지는 '석영'이 달리 느껴졌던 것이다.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는 '석영'이 엄청나게 어른스럽고 일찍 철 들었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매우 우울한 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석영'도 그 나이대 학생이더라고요. 숨기려고 하지만 불쑥불쑥 드러나는 감정 같은 게 예상과 달랐어요."

'석영'과 '우주'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순수하게 함께 수영하고 싶다고 여기다가도 재능이라는 벽 앞에서 시기를 느끼기도 한다. 소중한 친구이자 좌절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 존재.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끔 만드는 '석영'과 '우주'의 관계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저는 석영이 우주에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라고 봤어요. 우주에게 비교를 당하고 수영을 포기하며 그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석영에게는 첫사랑이에요. 이후 누구를 만나더라도 계속해서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잖아요. 그게 우주인 것 같아요. 추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사람이요."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효우는 2000년생 동갑내기 친구 이민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첫 연기를 어렵지 않도록 인도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민재와 저는 동갑이에요. 친구 하기로 했고요. 하하. 민재는 '우주' 자체여서 저도 '석영'이 될 수 있었어요. 물 축제의 물총 신, 수영장 신 이전에는 제가 살짝 얼어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완전히 몰입하여 자연스레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는 상대 배역뿐만 아니라 극의 서사를 다져온 아역 배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초반 30분가량 분량을 맡은 아역 배우들은 '석영'과 '우주'의 이야기를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희원이와 예원이가 너무 잘해줘서 부담도 컸죠. 관객들이 영화를 재밌게 보다가 제가 나오면서 흥미가 떨어지면 어떡해요. 어린 석영과 우주의 감정을 잘 이어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흐른 뒤 석영과 우주의 모습을 표현하는 거니까.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더라고요. "

효우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효우는 가족과 훅의 멤버들이 보내준 애정 어린 관심이 연기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은 생각보다 엄청 크게 반응하시진 않았어요. 그런데 저에 관한 기사나 자료가 나오면 열심히 스크랩해서 보관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보이 인 더 풀' 주연 배우 효우 [사진=트리플픽쳐스]

훅 멤버들도 효우의 도전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시사회 같은 일정이 있을 때마다 멤버들이 늘 찾아와 주고 관심 가져줬어요. 가족 시사회에도 찾아와 응원해 줬죠. 제가 봐도 어색했던 물총 쏘는 장면은 끝까지 놀리더라고요. 하하. 아이키 선생님께서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 열심히 해서 기회를 많이 잡았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보이 인 더 풀'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 효우는 배우로서 펼쳐나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강점인 신체적 표현력을 살릴 수 있는 액션 장르부터 감정선이 짙은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제가 댄서잖아요. 몸을 잘 쓰니까 액션 장르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보이 인 더 풀'처럼 인물의 섬세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작품도 계속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이런 얘기를 하면 부끄럽긴 한데, 기회가 계속 찾아와준다면 정말 성은이 망극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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