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무부가 오는 15일(현지시간) 발효 예정이었던 ‘바이든 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규제를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화웨이의 AI 칩인 '어센드' 사용 금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성명을 통해 ‘AI 확산 프레임워크’라고 불리는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수출통제 정책 폐기를 공식 발표했다. 대신 BIS는 대중국 통제를 강화하고, 이외 각 나라와는 개별적으로 협상을 통한 자체 반도체 통제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상무부는 중국이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의 첨단 AI 칩을 확보하는 것에 협조하는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화웨이 반도체 사용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의 어센드 칩을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규제는 "신뢰할 수 있는 외국과 미국 AI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미국의 적성국이 해당 기술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막는 대담하고 포괄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상무부 지침으로 인해 화웨이가 AI와 스마트폰을 위한 강력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유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화웨이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계한 AI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전면 제한해 온 가운데 2023년에는 걸프 지역 대부분 국가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포함한 40개 이상 국가가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는 중국이 중개자를 통해 제재된 기술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새로운 수출 규제를 마련했다.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말인 올 1월 15일 전 세계 국가를 동맹, 일반 국가, 적국 등 3등급으로 분류해 등급에 따라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이른바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규정에 따라 첨단 칩 수입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들에 대해 수출 물량 상한이 설정됐고 인도, 말레이시아, 폴란드를 포함한 수십개 국가에 처음으로 칩 수출 통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BIS는 바이든 행정부의 AI 수출통제 규제에 대해 "이 새 규칙은 미국의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에 부담스러운 새로운 규제 요건을 부과했을 것"이라면서 "이 규정은 수십개의 국가를 2등급 지위로 격하시키면서 이들 국가와의 외교관계도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지를 공식화하는 것을 관보에 게재하고 미래에 대체 규칙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반도체 제재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 확장을 계획 중이었던 오라클(Oracle) 같은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며, UAE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 제재 대상이었던 국가들에도 협상 기회가 열리게 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신 AI 칩 1만8000개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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