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한국적 '상식', '동학혁명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 가운데 11일 전북 정읍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제131주년 동학혁명기념식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녹두꽃의 외침, 함께 사는 세상’을 주제로, 혁명의 기억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계승하는 일을 목표로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기념식에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동학혁명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동학농민혁명을 제대로 기념하기 위해 국회도 책임을 다하고, 잘 알았다고 답변했다.
‘동학혁명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요구는 지난 대선을 비롯해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동학혁명정신’을 제외한 채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는 데에는 합의를 보는 것 같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유신독재에 대항한 민주항쟁으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마항쟁은 2019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으며 5.18민주화운동은 1995년 특별법 제정 이후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두 사건은 군부 정권에 대한 저항의 연장선 상에 있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동학혁명정신’은 현대 민주화운동의 원천이자 세계적으로도 아시아민주주의의 원동력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도 2023년 5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정부는 당시 1894년 동학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녹두장군 전봉준의 재판기록들, 진압에 나선 조선 관아와 민간의 기록까지 전국 11개 기관이 보존해 온 문서 185점, 만 3,000여 쪽 등의 기록물들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을 신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넘어 전 세계 인류가 배우고, 기억해야 하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동학농민군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2019년부터 매년 기념식을 주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80년 제13회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문화제에서 “동학혁명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위대한 혁명이며, 민주주의 정신과 일치된다. 3.1정신과 4.19정신은 동학의 정신 속에서 흘러온 것이다. 동학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동학혁명은 처음부터 폭력이 아니고 극심한 학정을 호소하다가 해소되지 않자 마지막으로 봉기한 것이다. 질서와 안녕을 지켜가며 평화적으로 민주대업을 달성하자!”라고 했다.
‘동학혁명정신’은 12.3 비상계엄 이후 4.4 탄핵에 이르는 비상시국에서도 가열차게 되살아나고 있다. 무모한 권위주의 통치가 움틀거리고, 국민의 자유와 평등, 박애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동학혁명정신’은 그 불빛을 환하게 비추며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원천적으로 대한민국은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개국이념에서 주권재민과 공화주의, 민주주의의 근본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철학은 온존하게 계승되어 ‘동학혁명정신’으로 발현되고, 한국적 『상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동학혁명은 국민이 하늘과 같은 고귀한 존재로서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며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대동세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동학혁명정신’의 구현이 헌법 차원에서 절실하게 요구된다. ‘동학혁명정신’의 계승을 헌법 전문에 넣는 대안을 제시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동학혁명과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와 5·18, 6·10, 그리고 촛불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사실 헌법은 나라 모든 법의 기초이기 때문에 ‘동학혁명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상식』이자 책임이다.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잡고 민족혼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동학혁명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11월 동학혁명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 법정 기념일(이하 기념일)로 황토현전승일(5월 11일)을 선정했다. 황토현전승일은 동학농민군과 관군이 황토현 일대에서 최초로 전투를 벌여 동학농민군이 대승을 거둔 날이다. 동학혁명은 1895년 2월 18일 대둔산에서 30여 명의 혁명군이 마지막으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하면서 끝났다. 동학혁명의 희생자는 3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왜적과 외적을 물리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동학혁명군의 정신을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한국적 민주주의의 『상식』으로 지켜나갈 것을 제안한다.
동학혁명 정신을 모든 국민이 축제 속에서 계승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화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에서의 기념식 행사 개최, 고부봉기 재현행사, 무장기포 기념대회, 황토현 승전축제, 전주화약 집강소 대규모 이벤트 그리고 동학혁명기념일 전후로 기념주간을 설정하고 전국적인 동학혁명 전적지 순례 등의 행사도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되면 좋겠다. 동학혁명을 조명하는 대하사극을 제작해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위대한 동학혁명으로 고부, 정읍, 전라도,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 민주화의 위대한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131 년 전 동학혁명군이 피를 흘리며 구가하고자 했던 자유와 평등, 박애의 자유민주적 가치가 활짝 꽃 피우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 녹두장군 노래를 부르며 민주화 선열들의 영혼을 위로하자.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논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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