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끊이지 않은 전산사고… 리테일 키우던 메리츠證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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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메리츠증권에서 전산오류로 인해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부터 연달아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전산사고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메리츠증권의 성장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에서 전날 밤인 6일 오후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미국주식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한 시간 넘게 주문을 취소하거나 정정할 수도 없었으며, 고객지원센터의 연결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데스크는 24시간 운영되지만 예상치 못한 전산사고에 전화가 몰리면서 대응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오전 피해 보상에 대한 공지를 게시했다. 보상신청을 원하는 고객은 다음날인 8일까지 메리츠증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의 Q&A 게시판이나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을 통해 보상신청을 해야 한다. 

이번 전산사고가 뼈아픈 이유는 메리츠증권이 올해 리테일 부문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 후발 주자인 메리츠증권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사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내년 말까지 완전 무료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이벤트의 예산이 천억원대로 추정될 정도로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다. 

하지만 이번 전산 사고로 인해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에도 미국주식 주문 오류가 있었고, 지난 2월에는 미국 주식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전산장애로 인한 주문오류가 거듭 발생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전산사고는 금융당국이 증권사 CIO(최고정보책임자)를 소집해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한 이후에 다시 발생했다. 주식 거래 시간이 확대되고 거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투자환경에 전산개발이 발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8일 한국거래소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7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매매가 체결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키움증권에서는 지난달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연거푸 대규모 주문 오류 사고가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지난달 18일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 운영시간에 주문 체결이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4일 오후 증권사 10여 곳의 CIO를 소집해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했다. 앞서 3월 25일에는 한국거래소를 대상으로, 이날인 5월 7일은 키움증권을 대상으로 전산사고의 발생 원인을 살피고 재발을 막기 위한 수시검사를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환경의 변화를 전산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새로 도입한 주문방식인 '중간가 호가' 시스템이 기존 로직과 충돌하면서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정규 장 이전에 운영되는 프리마켓에서, 메리츠증권의 경우 야간에 이뤄지는 해외 주식 거래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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