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트럼프 관세가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관세정책은 일본의 GDP 성장률에 0.7~1.0% 정도의 마이너스 효과를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이 대미 무역흑자(’24년 약 8.6조 엔)를 완전히 제거하는 정도의 조치를 할 경우 실질 GDP가 무려 1.4%나 감소한다고 예측하였다. 물론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미국의 대일 상호관세 24%가 부과될 때는 –0.71%, 여기에 대중관세 145% 및 10%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1.01% 실질 GDP 감소를 전망하였다. 다이와종합연구소도 단기적으로 0.7%(2025년), 중기적으로는 2.9%(2029년) 마이너스 효과를 예상했으며 미즈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스는 미국의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로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세계경제가 둔화되어 일본의 실질 GDP는 0.8%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각 전망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본경제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적게는 0.7% 많게는 1.0% 정도의 GDP 감소라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수송용 기기 산업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즈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스의 전망에 따르면 수송용 기기 산업은 산업 GDP가 무려 3.7%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기간산업이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고 일본기업의 대미 투자가 증가하면 일본 국내 제조업 전반에 심대한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2020년 일본 산업연관표 생산유발계수 상위 10부문 중 수송기기 관련 부문이 1위에서 3위(이륜자동차 2.84, 승용차 2.74, 트럭·버스·기타 자동차 2.66)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일본 자동차 관련 산업 취업자는 총 558만 명으로 취업자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자동차 기업별로도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와 혼다는 수익이 분산되어 있고 이익도 많이 나는 기업으로 관세 영향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미국 판매 자동차 233만 대(‘24) 중 127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하였다. 일본에서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53만 대로 수출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다. 혼다는 미국 판매 약 140만 대 중 거의 80만 대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였다. 캐나다와 멕시코 생산분 약 60만 대를 포함하면 대부분의 미국 판매 자동차는 미국 또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다. 일본에서 수출하는 비중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반면 닛산,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자동차 등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 더구나 수익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닛산의 경우 2025년 3월기 결산에서 7,500억 엔의 적자를 발표하였다. 역대 최고의 손실이다. 닛산 자동차가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얼마 전 혼다와의 경영통합을 시도하였으나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닛산의 경영 재건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닛산과 마쓰다의 멕시코 공장은 멕시코산 부품의 조달 비율이 높아서 USMCA의 관세 경감이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거의 25%에 가까운 관세율 적용이 유력하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도요타와 혼다의 캐나다 공장은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높아 USMCA를 활용하여 관세를 경감받을 수 있다. 더구나 혼다는 향후 2~3년에 걸쳐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 생산을 이관하여 미국 생산을 최대 30% 증산하고 미국 판매 대수의 90%를 현지생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최근에 발표하였다.
도요타는 트럼프 관세로 인하여 일본 ’국내 300만 대 생산 체제‘가 붕괴할 것을 우려한다. 도요타는 일단 미국 판매가격을 유지하면서 원가절감으로 대응하겠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점차 관세의 가격 전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 시장 판매가 감소할 것이고 일본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도요타가 지켜내고자 했던 국내 생산 300만 대 수준이 붕괴할 수 있다. 도요타는 300만 대 생산이 일본에서의 고용, 공급망, 기술 유지에 필요한 수준으로 보고 이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생산 규모가 붕괴하면 자동차 산업의 국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는데 직접적인 타격은 해외 진출이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경영 여건이 더 어려운 닛산, 마쓰다 등 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벌써 이들 기업의 공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경제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비에도 역풍이 우려된다. 특히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증가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 하락은 가계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수익률이 더 좋은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해 왔다. 특히 청년층의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 투자 비과세 제도를 확충하였다.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자산 시장이 위축되면 투자 손실과 소비 감소 등 가계의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일본은행의 정책금리는 현재의 0.5%에서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금융정책 정상화 노선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관세정책으로 일본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 경제 및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금리 정책을 보면서 정책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금의 0.5%가 현재 금리 인상 국면의 최종 수준일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물가와 환율은 단기에는 엔화 가치 상승과 디스인플레이션 효과, 장기에는 엔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조치로 수출수요가 감소하고 미국 현지생산 강화로 일본 국내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며, 그 자연스러운 결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임금인상의 선순환이 깨질 수 있다. 이는 내수 감소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것이다. 미국의 경기 위축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로 이어지고 엔화 가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관세의 가격 전가, 미국으로의 투자 확대, 그리고 법인세 감세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 상승과 엔저 유발, 그리고 식량과 에너지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물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관세는 일본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산업의 국내 기반 약화를 우려한다. 전기·전자, 반도체 산업 등 중요한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은 자동차 산업만은 꼭 지켜내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있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일본 제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내재해 있다. 트럼프 관세는 내수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일본에 선물한다. 이제 겨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기회를 잡았는가 했는데 그 천재일우의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도 임금과 물가를 동시에 올리면서 실질임금 상승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겨우 손안에 들어올 듯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관세를 저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