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국적 상태서 주민증 발급…대법 "한국 국적 부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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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입력 2024-04-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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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혼 관계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부모 과실로 사실상 무국적 상태였더라도 행정청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면 한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행정청에서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고 남매는 이를 신뢰했다가 중대한 불이익을 입었으며 그 과정에서 남매 측 과실은 없으므로 '신뢰 보호 원칙'에 따라 국적을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행정청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남매에게 국적이 있다는 공적인 견해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남매가 진작에 취득 절차를 밟았겠지만 행정청을 믿은 바람에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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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상대 취소 소송서 원고 패소 원심 파기

  • 행정청 '공적인 견해 표명' 신뢰했다가 불이익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설치돼 있는 정의의 여신상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설치돼 있는 '정의의 여신상'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실혼 관계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부모 과실로 사실상 무국적 상태였더라도 행정청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면 한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남매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 비보유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 남매는 1998년과 2000년 사실혼 관계인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적법에 따라 다문화 가정 자녀가 출생 신고로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따로 '인지 신고'를 하거나 부모가 귀화할 때 함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는 모두 미성년자일 때 해당하며, 성인이 된 후에는 별도로 귀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남매의 부모는 1997년 혼인 신고를 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호구부 원본 분실과 중국 대사관의 호구부 재발급 거부 등으로 이를 제때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중국에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남매는 사실상 무국적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부친이 2001년 출생 신고를 하자 행정청은 한국 국적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남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다. 이후 2008년에는 가족관계등록부도 작성해 주고, 남매가 17세 된 해에는 주민등록증도 발급했다. 

반대로 법무부는 2013년과 2017년 부모에게 '국적법에 따른 인지(신고)에 의한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부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모친이 2017년 귀화했을 당시에도 부모는 남매의 국적 취득 절차는 밟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2019년 10월 남매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남매는 이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남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행정청에서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고 남매는 이를 신뢰했다가 중대한 불이익을 입었으며 그 과정에서 남매 측 과실은 없으므로 '신뢰 보호 원칙'에 따라 국적을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행정청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남매에게 국적이 있다는 공적인 견해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남매가 진작에 취득 절차를 밟았겠지만 행정청을 믿은 바람에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일 때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신뢰를 부여하다가 성인이 되자 그에 반하는 처분이 이뤄진 결과 갓 성인이 된 원고들은 더는 국적법에 따라 간편하게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충분한 안내를 받으면서도 자녀에 대해 국적 취득 절차를 밟지 않은 과실이 있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남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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