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AI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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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입력 2024-04-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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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극제관계 대학원 교수
[이병종 숙명여대 극제관계 대학원 교수]

언론을 전공했고 언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현실은 갈수록 언론계에 진출하려는 학생이 없다는 점이다. 1980년대 대학 졸업 당시 신문사는 언론 전공자로서 최고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방송이 그 자리를 빼앗고 그다음에는 광고, 그리고 홍보 분야가 이를 차지했다.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최고 대세가 되어서 유튜버가 되는 것이 많은 젊은 사람들의 꿈이 되었다. 뉴스를 다루는 언론계의 인기가 갈수록 추락하는 가운데 어쩌면 언론 산업을 고사시킬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즉 인공지능, AI가 그것이다.

AI가 언론 산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뉴스 콘텐츠의 무단 사용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이나 앱을 학습시키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데이터가 뉴스 콘텐츠인데 AI 회사들이 이를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연말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이 신문은 양사가 자사의 저작물을 허가나 대가 없이 사용해서 저널리즘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무임 승차하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법적 손실과 실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I의 콘텐츠 무단 사용에 관한 분쟁은 뉴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 최대 사진 아카이브 업체인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 업체인 Stability AI를 상대로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존 그리샴 등 인기 소설가들 역시 자신들 콘텐츠가 무단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비슷한 소송들을 제기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 이는 AI를 운영하는 빅테크 회사들과 콘텐츠 메이커 간에 전방위에 걸친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AI에 가장 타격을 받는 대상은 역시 뉴스 매체 산업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에서는 신문사 기자 자리가 2700개 사라졌고 매주 평균 2.5개 신문이 폐간되었다. 지난 10년간 46개 대형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은 43% 증가했으나 이들 회사의 매출은 56%나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기자 숫자는 3분의 2나 줄어들었고 신문사 숫자는 3분의 1 감소했다.

사실 언론사의 이러한 추락은 AI 출현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구글 등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주범이다. 이들이 디지털 광고를 독점하며 언론사, 특히 소규모, 지방 신문사를 고사시킨 것이다. 그래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대형 전국 신문사들은 디지털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오히려 사세를 키운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체제 변화와 경영 혁신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구독자 수를 약 100만명에서 1000만명 정도로 10배 확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AI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성 AI의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은 콘텐츠의 출처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형 언론사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또한 언론사의 유료 구독 장벽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가중된다. 무엇보다 생성 AI는 언론사 사이트나 기사를 직접 클릭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클릭에 의한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입을 얻는 언론사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AI를 운영하는 빅테크 회사들은 소위 공정 사용(fair use)이라는 개념으로 자신들을 방어한다. 즉 저작권이 있는 내용도 원문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상당히(substantially) 변환해서 사용하고, 또 변환된 내용을 가지고 원문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을 때에는 저작권의 예외가 적용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AI 생성 콘텐츠로 인해 원작 콘텐츠의 트래픽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이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그런 이유로 AI 회사들은 콘텐츠 메이커들과 협의를 통해 사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뉴욕타임스의 소송도 결국은 최종 판결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 있어서 양사는 사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오픈AI는 벌써 미국 AP통신, 독일 미디어 기업인 악셀스프링거, 프랑스 르몽드와 보상 협상을 완료했다. 구글도 뉴욕타임스와 AI 관련 저작권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이런 협상은 대개 세계적인 언론사들, 특히 영어를 사용하는 대규모 언론사에 해당되는 얘기다. 이들은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우월적인 협상력을 이용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낸다. 협상력이 취약한 중소 언론사나 비영어권 언론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혹은 비영어권 언론사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데 이는 개별이 아닌 공동전선을 통한 단체 협상이다. 또 이를 위해 정부 규제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캐나다나 호주 등 정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협상이 아직 시작 단계다. 한국신문협회는 작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의견서를 제출해서 뉴스 저작권 보호를 촉구한 바 있다. 뉴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한국 관행에 편승해 그간 엄청난 이익을 누려온 네이버는 자사 AI의 저작권 관련 개선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에는 언론사, 학자, 변호사 등이 모여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을 발족해 적극적인 대책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과연 언론사를 회생시켜 추락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인기를 만회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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