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몰려오는 중국산 전기차, 규제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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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4-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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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3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하였다. 수출 증대의 일등 공신은 전기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수출된 자동차 491만대 중 120만대가 전기자동차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BYD가 테슬라와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는 사실이다. 테슬라의 비중은 2021년 약 50%에서 2023년 26%로 낮아졌지만, BYD는 같은 기간 5%에서 20%로 늘어났다. 수출지역도 다변화되어 ASEAN과 브라질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에서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까지는 중국 기업인 BYD와 지리가 제작한 저가형 화물차·버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중국에서 생산한 테슬라, BMW, 볼보, 폴스타의 고가형 승용차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테슬라 모델Y(1만3885대)는 벤츠 E클래스(2만3640대)와 BMW 5시리즈(2만492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하였다. 그 결과 수입 전기자동차에서 중국의 순위는 2021년 5위에서 2023년 2위까지 상승하였다. BYD가 소형 모델인 돌핀, 아토 등을 판매하게 되면,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EU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부상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이번 달 초 커넥티드 차량(Connected Vehicles) 공급망에서 중국을 포함한 우려국 기업의 안보 위험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하였다. 커넥티드 차량은 ‘온보드 네트워크 하드웨어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통합하여 전용 단거리 통신, 셀룰러 통신 연결, 위성 통신 또는 기타 무선 스펙트럼 연결을 통해 다른 네트워크 또는 장치와 통신하는 자동차 차량’으로 정의된다. 무선 네트워크를 장착한 모든 전기자동차는 이 정의에 해당된다.

산업보안국의 조사는 사이버 보안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제공하는 중국 기업은 운전자와 동승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차량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인권 문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달 2021년 제정된 ‘위구르 강제 노동 보호법’ 위반 혐의로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포르셰, 벤틀리, 아우디의 고급차 수천대가 항구에서 압류되었다.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이 전부 교체된 후 통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럽의 규제는 시장 왜곡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때문에 중국 기업이 유럽 기업보다 약 20% 이상 저렴하게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였다. 이에 EU는 법인세 감면 및 면제, 국유은행의 대출 우대 조치, 수출입세의 환급 등에 대한 조사를 작년 9월 개시하였다. 조사를 통해 부당성이 확인되면, EU는 2012년 태양광 패널 사례와 유사하게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부상을 안보 위협으로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하는 문제는 무역적자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발생하였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자동차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교역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대중 전기자동차 무역수지는 5억6422만 달러 적자로 2022년 1억5649만 달러의 3배를 넘었다. 또한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보조금에서도 중국은 우리 기업 제품을 노골적으로 차별하였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 우리 기업이 중국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차별을 통해 CATL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를 모두 제치고 세계 최대의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면, 미국은 동맹국에게 유사한 정책의 도입을 요청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자율주행 및 데이터 보관 등에 대해서도 자국의 기술표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 작년 100만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대미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미국과 같은 수준과 방식으로 중국산 자동차를 규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시걸’의 판매가격은 1만 달러 이하이다. 테슬라 모델Y의 경우 중국산이 미국산에 비해 약 2000만원 저렴하다. 중국 밖에서 이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는 아직 없다.

특정국을 겨냥한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22년 중국산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제한하기 위한 IRA 보조금 지급 기준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잡한 원산지 규정을 보조금 지급 기준에 반영하게 되면 중국에서 제조한 전기자동차를 수출하는 미국과 유럽 기업이 반발할 수 있다.

외교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을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견제보다는 우리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에 두어야 한다. 경제적 차원에서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비용 세금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을 증대해야 한다. 또한 보조금 차등 지급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해외산보다 미국산에 더 많은 보조금을 할당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기준은 원산지와 관계 없는 가격과 성능(주로 연비와 주행거리)에 맞춰져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도 특정국의 압력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개인정보와 운행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더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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