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하이부동산] 건설사 부도에 짓다 만 아파트…대체 시공사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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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4-03-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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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분양 보증사고금액 1조1210억원으로 13년 만의 최대치

  • 사고 사업장 새 시공사 선정 난항…수분양자 불만 커져

태영건설의 경북 경주시 신경주역 더 퍼스트 데시앙 전경 사진박새롬 기자
태영건설의 경북 경주시 신경주역 더 퍼스트 데시앙 전경 [사진=박새롬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분양보증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를 짓던 시공사가 부도 나거나 자금난으로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을 경우 대체 시공사를 구해야 하는데 업황 악화로 새 업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한 지 수 년이 지나도록 새 시공사를 찾지 못하다가 결국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공사를 진행하게 되더라도 수분양자들은 시공사 교체로 인한 사업기간 지연,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분양 보증사고 14건…사고금액 1조1210억원로 13년 만의 최대치 
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2월 발생한 분양·임대 보증사고 금액은 21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7억원의 3배가 넘는다.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수는 1곳에서 5곳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1~2022년 2년간 한 건도 없던 보증사고는 지난해에만 총 14건 발생했고, 보증사고 금액은 1조121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10년(2조1411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분양·임대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파산 등으로 분양주택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계약자가 낸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계약자들은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보증이행을 받게 된다. 보증채권자가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을 돌려받는 환급이행, 다른 건설사가 사업장을 인수해 준공 후 입주까지 마무리하는 분양이행이 있다. 단 공정률 80% 이상인 경우 분양이행으로 자동 결정된다. 환급이행을 받으려면 수분양자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멈춘 사업장 맡을 시공사 찾기 어려워…작년 3곳 중 2곳 못 구해"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하지만 입지나 가치가 뛰어난 곳이 아니라면 남은 공사를 진행할 승계시공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기존 시공사가 포기한 사업장에 뒤늦게 참여하려는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보증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이미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셈인데, 웬만해서는 그런 사업장에 들어가려는 시공사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부도 나거나 자금난을 겪는 곳은 대부분 중견 이하 중소 건설사인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더 작은 곳들의 경우 지금과 같은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이행이 결정된 보증사고 발생 사업장 3곳 중 2곳은 아직도 대체 시공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 파주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작년 5월 말 679억9200만원 규모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1월 분양이행 승인이 됐지만 아직까지 승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이 사업장 공정률은 지난 1월 31일 기준 63%로, 3분의1 이상을 마저 공사해줄 업체가 필요하다. 

작년 10월 435억원 규모 보증사고가 인정된 부산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3차는 공정률 86%로 분양이행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HUG가 승계시공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대체 시공사를 찾은 곳은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바다(주상복합)가 유일하다. 이곳은 공정률이 93.8%로 높은 편으로 지난해 7월 승계시공사 동서개발과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HUG 관계자는 "분양이행 승인 이후 승계시공사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사업장마다 천차만별"이라며 "공정률 80% 미만인 경우 수분양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공사가 장기간 멈춰있었거나 사업장 권리관계가 복잡한 곳은 사업현황 파악에 시간이 더 걸리다보니 시공사들이 입찰 참여를 망설여 대체 시공사를 찾는 데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째 시공사 못 찾는 곳도…대체 시공사 구해도 불만↑
지난 2020년 5월 시공사 슈에건설이 파산하며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한 제주시 조천 레이크샤이어 공동주택은 끝내 대체 시공사를 찾지 못해 HUG가 환급이행으로 보증이행 방식을 변경하고 사업장을 공매로 내놓은 상태다. 당초 시공사 슈에건설이 파산하며 시공사가 세 차례 바뀌었지만 세 업체 모두 낮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시공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에서도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작년 11월까지 세 차례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어렵게 승계 시공사를 구하더라도 기존 시공사와 도급순위 등 규모가 차이 나는 업체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수분양자들도 불만이 크다. 광주 한국건설(도급순위 99위)의 부실위기로 사업이 사실상 멈췄던 광주 서구 화정동 한국아델리움57프레스티지는 도급순위 418위인 성암토건으로 바뀌고 광주 남구 봉선동 한국아델리움 봉선더힐도 400위권인 상상토건으로 교체됐다. 한국아델리움 수분양자 A씨는 "공사가 오랫동안 멈추며 이미 입주도 너무 미뤄졌는데, 교체 통보받은 시공사 규모가 너무 작아 차라리 계약해지하고 환급받고 싶은 심정"이라며 "기존 시공사도 부도 위기라지만 중소 시공사로 바뀌며 가치가 더 하락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분양보증 사고가 발생한 곳의 경우 향후 가치 하락 우려로 분양권 거래도 어려운 분위기다. 수분양자나 예비 입주자들이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급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매수 수요가 낮다. 광주 봉선동 한국아델리움57펜트윈, 여수 한국아델리움오션프랑 등 한국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사업장의 경우 최근 분양시장에서 수천만원대부터 최대 5억원까지 마피가 붙은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한국건설의 광주역 한국 아델리움 2차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지난해 10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한국건설의 광주역 한국 아델리움 2차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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