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돌려? 말어? 기로에 선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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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0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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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침 테러' 사건으로 회전초밥 업계 큰 타격

  • '회전' 대신 새 부가가치 창출 방안 모색

  • 해외 진출 기업도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을 대표하는 외식 메뉴의 하나인 회전초밥이 기로에 섰다. 지난해 연이어 터진 위생 문제로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초밥을 ‘회전’시킬지 여부가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 식문화의 하나로 정착한 회전초밥은 초밥 체인 ‘갓파스시’가 1979년 나가노현에서 기업형 회전초밥을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고급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초밥이 한 접시에 100엔(약 89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나오면서, 회전초밥은 순식간에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최근 회전초밥 업계에서는 손님이 앉는 테이블 주변을 초밥이 도는 회전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2023년은 회전초밥 업계에 있어서는 변혁의 한 해였다.

시작은 지난해 1월 발생한 이른바 ‘침 테러’ 사건이었다.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를 찾은 한 10대 소년이 테이블에 놓인 간장병을 핥고, 손에 침을 묻혀 회전 레일 위를 도는 초밥을 만지는 일이 발생했다. 소년의 일행이 이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회전초밥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처해있던 일본 외식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영역이었다. 업계 1위 업체 스시로의 매출은 2020년 2049억엔(약 1조 8214억원), 2021년 2408억엔(약 2조 1405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이 3000억엔(약 2조 6668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영상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스시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전국 매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모회사 주가가 5%가량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60억엔(약 1422억원) 증발했다. 스시로의 2022년 10월~2023년 3월 일본 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가 줄었고, 방문자 수도 17% 감소했다.

유사 테러 사건도 잇따랐다. 스시로의 다른 지점에서 한 남학생이 회전 레일 위의 초밥에 소독제를 뿌린 사건이 터졌고, 또 다른 회전초밥 체인 스시초시마루에서는 한 남성이 레일 위의 음식에 담배꽁초를 넣는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일본 국민들의 위생 관념과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침 테러' 사건 이후 회전초밥집을 찾는 사람의 수는 현저히 줄었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에서 약 8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스시초시마루는 지난해 10월 재개장한 도쿄 매장에 회전 레일을 없앴다. 연초부터 SNS를 통해 향후 회전초밥 형태로 초밥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지를 띄웠고, 이후 순차적으로 전국 매장에서 회전초밥 판매를 종료했다.

회전초밥 체인 하마스시와 갓파스시 역시 변화에 나섰다. 초밥이 레일 위를 도는 시스템 대신, 각 테이블에 설치된 모니터로 주문하면 초밥이 레일을 통해 손님 자리까지 도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전초밥은 손님의 대기 시간을 단축해 접객에 드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초밥의 단가를 낮춰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끝까지 선택받지 못한 초밥들이 다량으로 폐기되는 문제 등 단점도 있어 근래 들어 모니터 주문 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하나둘씩 늘던 차였다.

이에 불을 붙인 것이 ‘침 테러’였고, 현재는 일본 회전초밥 체인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주문품 이외의 초밥이 회전 레일을 도는 곳은 구라스시 뿐이다. 구라스시 마저도 초밥에 먼지나 이물질이 앉지 않도록 투명한 항균 덮개를 씌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에서는 굳이 초밥을 '회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과 함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시초시마루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손님들과 소통하는 ‘인간미’ 있는 접객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오마카세’의 유행에서 보듯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체험하고 즐기는 외식 문화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체인으로서는 이같은 오마카세 방식의 영업에는 한계가 있다.

이 와중에 해외 진출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선 곳도 있다. 스시로는 이미 중국 본토에서 34개의 회전초밥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시장은 중·일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을 포함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은 증가 추세에 있다.

스시로의 모회사 F&LC는 3년 후 해외 매장을 현재의 3배인 40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이고, 구라스시도 2030년까지 해외 매장을 지금보다 4배 많은 400개 정도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와이와 홍콩,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31개 매장을 운영 중인 초밥 체인 겡키스시 역시 2025년까지 272개로 매장 수를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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