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추어리] 모교 애정 남달랐던 '참언론인'…김민배 전 TV조선 대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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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2-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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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민배 전 TV조선 대표가운데가 2023년 4월 고려대 심벌 대형 동판 기증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고려대학교
故 김민배 전 TV조선 대표(가운데)가 2023년 4월 고려대 심벌 대형 동판 기증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고려대학교]


"항암치료 후 첫 외식미팅을 두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응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2달(6~7월)간 몸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밝은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저는 백제(百濟)에서 났고 고려(高麗)에서 교육받고 지금은 조선(朝鮮)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컴도저(컴퓨터+불도저)', 백절불굴의 언론계 리더로 불리어왔지만, 훈훈한 인간미의 '조선글쟁이'로 일관해온 그가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고 귀향, 귀천의 길에 올랐다.
 
김민배 전 TV조선 대표가 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고인은 생전에 "신문, 잡지, 방송에서 두루 일하며 많은 걸 배운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암고와 고려대 사회학과(79학번)를 졸업하고 1984년 조선일보 기자(수습 21기)로 입사했다. 기자 시절에는 1989년 5월 9일 자 조선일보 1면에 '대학생·재야 인사 90명 검거령'을 써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100주년 뉴스 라이브러리 '50대 특종' 중 하나로 선정됐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청와대를 출입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방북 취재단에 참여했다. 2007년 조선일보 정치부장으로 재직 당시 한국언론인연합회 '한국참언론인대상'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조선일보 사회부장, 정치부장·부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주간조선 편집장을 맡았고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 TV조선 보도본부장과 총괄전무를 거쳐 2017년부터 TV조선 대표이사를 맡았다. TV조선 보도본부장 시절 오전 출근자들이 새벽 5시에 회사로 나왔을 때도 항상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었을 정도로 부지런했다. TV조선 대표로 부임해 예능 프로그램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을 연달아 성공시켜 종편 채널로서 TV조선의 위상을 높여 경영을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23년 3월까지 대표이사를 3연임했다.

고려대 언론인교우회로부터 지난 2012년 '장한 고대언론인상'을 받았다. 고인은 모교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2016년 고려대 언론인교우회장으로 선임돼 재학생의 언론사 합격을 돕기 위해 '기자 지망생 교육 프로그램(KUMA)'을 만들고 후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 대표적이다.

2023년 4월 TV조선 고문을 지낼 당시 고려대 3대 이념 '자유, 정의, 진리'와 호랑이 심벌이 새겨진 대형 동판을 지인을 통해 습득하여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기증식에서 고인은 "고려대를 상징하는 심벌이 새겨진 동판을 마음의 고향인 모교에 되돌려주고 싶어 기증을 결심했다. 졸업한 지 40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도 모교의 교정을 보면 마음 한편이 뜨거워진다. 새 시대를 맞이한 고려대의 눈부신 성장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60대 중반 나이에 타계한 그를 기억하는 언론계에선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생전 지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여왔기에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

"형과 기자로서 함께한 긴 시간 고마웠습니다. 너무나 열심히 욕심껏 산 인생. 남들 100년간 할 거 다 하셨네요. 형 참 멋진 인생 사셨어요. 이제 편히 쉬십시오."

"1981년 당시 김상협 고려대 총장님이 대학가에 만연해 있던 '학위논문 대필'의 실상을 파헤친 고대신문 취재부장의 특종 기사를 크게 기뻐하시면서 포상으로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미국 명문사학 취재를 다녀오게 하셨다는 결정을 제게 알리면서 무척 고무된 표정을 지으셨던 순간도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개혁행보로 신문방송의 큰 발전을 이룩한 것 모두가 기억하고 있소. 가는 곳마다 우직한 투우(鬪牛), 야생마(野生馬)처럼  뛰고 전진하는 동안 몸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지 하고 물을 때마다 유념하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떠나는구려."

“아! 하늘이시여! 당신이 주관하시는 일을 몽매한 저희들이 어찌 알리요만은, 아무리해도 민배 아우님만은 이승에서 더 크고 좋은 일을 많이 하도록 남겨주셨어야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제 하늘이 주관하시는 법도에 따라 ‘민빠이’ 아우를 데려가셨으니  필히 더 크고 소중한 일을 맡기시려 함으로 알겠습니다.“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곽영길 아주경제신문 회장은 "고인께서 하늘나라에서 화평복락을 누리시고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그가 살아온 길은 한마디로 어디에 있든 주인의식으로 일관해온 참된 삶입니다"라며 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가 이야기한 “수처작주(隨處作主 ), 입처개진(立處皆眞)의 나날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장례는 TV조선 사우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 부인 한혜경씨와 아들 김성원 엔비디아 연구원, 딸 김수민 아리랑국제방송 대리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32호실, 발인 11일 오전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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