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페] "어디까지 쌓아야 하나"…은행권, 불어나는 대손충당금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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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4-01-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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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4대 은행 충당금 10조 상회 가능성

  • 상생금융 지원·PF부실·홍콩ELS 손실 영향

  •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등 당국 압박도

  • 실적·주가 하락, 유동성 악영향 우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지속 쌓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끊이지 않는 데다,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결정하며 정부도 손실흡수능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충당금은 이익을 떼 쌓아두는 구조여서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은행권 일각에선 충당금을 지속 늘리고 있지만, 어느 선까지 관련 수치를 늘려야 하는 건지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충당금을 늘릴수록 수익성 하락은 물론, 주가와 유동성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 일각에선 지난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1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들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3조9244억원이었고,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손충당금은 7조452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해당 흐름이 이어지면 관련 수치가 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2조원가량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지원금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경우 충당금 규모도 전년 대비 크게 잡힐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당장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은행권 차입금과 관련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금융지주의 태영건설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지난 4분기에만 31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가 현실화되면 은행 리스크 관리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손실이 본격화되면서, 배상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홍콩ELS 손실 규모가 최소 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때를 대비해 이와 관련된 배상비율 기준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은행권은 당국발 손실흡수능력 제고 압박도 충당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당국은 올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금융감독원이 자율적인 협조 요청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했지만, 이제는 충당금 적립수준이 부족한 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추가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는 5월에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가 시행된다. 신용팽창 시기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고, 신용 축소 또는 경색 때는 적립된 자본을 해소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다. 스트레스완충자본도 올해 중 제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스트레스테스트는 금리·환율·성장률 관련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은행이 적정자본을 유지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테스트다. 

은행권은 올해도 추가 '상생금융' 행보를 펼치고 있고, 올해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론이 여전해 기준선 없는 충당금 늘리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때문에 실적 하락세도 우려된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5조9594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의 전망치였던 17조원보다 1조원가량 후퇴한 수준이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약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실적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3월 배당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기도 어렵다. 주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주가는 실적 및 관련 정부 정책에 따라 즉각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며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발언 직후 은행의 주가가 크게 내려간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당금을 늘리면 순이익이 그만큼 감소해 배당 감소는 물론 주가 하락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아울러 실적 하락세는 은행들의 유동성을 과도하게 압박, 사업 다각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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