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처음 '지라시'에 이름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정말 워크아웃까지 갈 줄은 몰랐잖아요. 언제든, 어느 업체든 부동산 PF발(發)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태영건설이 추가 자구노력안을 발표하면서 워크아웃 개시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시장에서는 좀처럼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분위기다. 현 상황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는 안도일 뿐 태영건설과 건설사,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았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계 전반으로 부동산 PF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불안감이 짙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에선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대형 건설사가 '진짜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향후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추가로 중대형 건설사가 위기에 빠지고 건설사와 관련된 1·2금융권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태영건설에 이어 추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높은 건설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건설업종 전체가 부실에 노출됐다는 우려의 시선으로 과도하게 경색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색안경이 자칫 건실한 건설사까지 부실회사로 낙인 찍으면 부동산 시장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위기는 언제든 건설·금융권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른바 '워크아웃 도미노'가 현실화한다면 그간 '빚폭탄 돌리기'를 이어온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 데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다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 문제는 올해 내내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의미다.
부동산 PF가 건설업종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제2, 제3의 태영건설이 나타나지 않도록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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