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다가오는 AGI 시대 … 인간이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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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3-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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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요즘 대학에는 학기 말이 다가오는 시기이지만, 한편으로는 2024년도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매번 바뀌는 대입제도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교육부는 대입 제도 4년 예고제를 시행 중이다. 이에 주요 대학들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 60%, 수능 위주 정시전형 40%의 비율로 선발한다. 어느 때보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지금 대학가는 비상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학생들을 모집 및 선발하고 싶기에 대학 교수들도 부지런히 입학처로부터 교육을 받고 입시 공부도 한다.
 
입시와 관련이 없는 분들은 대부분 지금 이와 같은 이야기도 무슨 얘기야 하실지 모른다. 대학 교수들도 평가심사 교육을 받을 때, 일부 관계자들 외에는 유사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위 내신이란 학교생활기록부라 불리던 문서에 성적은 수우미양가, 그리고 행동발달사항은 가나다라 등급으로 적혀 있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별나라 이야기라 느끼실 것이다.
 
지금 고3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력고사 혹은 수능 첫 세대를 경험했던 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름만 수능이지 그동안 대학입시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공정성 문제로 학생의 정보가 많이 가려져 심사자는 평가 대상자의 성별은 물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마저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비교과에 대한 평가 요소가 축소되어 평가하는 처지에서는 학생부를 무슨 논문 보듯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보면 지금껏 동일한 내용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그분들의 고충을 함께 느낀다.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이 한둘이 아닐 텐데 모두 다른 내용으로 학생부를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일지 여실히 느껴진다. 더군다나 적힌 내용에 따라 자신의 학생이 평가를 받는다 생각하면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 가득 담긴 글을 읽으며 행간의 의미를 다시금 파악해야 할 때면, 이런 걸 인공지능(AI)이 도와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히 학생부를 읽으며, 선생님들께서도 학생부 작성에 챗GPT를 이용하시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사실 말이 나와서 지난달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런 해임으로 촉발된 오픈AI 사태는 인공지능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다가왔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해임과 경쟁사의 영입이라는 단순한 기업 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사이 드러난 핵심은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AGI라는 것은 인간을 넘어서는 지능을 가진 자율적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마치 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작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다가왔다는 내용이 실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주는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AGI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에서 50년은 걸릴 거라 예측하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시기가 10~5년까지 당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혹시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작에 설명되는 어둠의 해(Year of Darkness) 배경이 2029년이다.
 
요즘 대학의 수업시간은 교실에 앉아 이론교육만을 시행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과목도 있지만, 점점 많은 과목들에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미리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토론을 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 PBL(problem based learning) 이란 방법으로 교육한다. 일반적으로 교실에서는 수업을 듣고, 학생들은 과제를 하면서 배운 것을 적용하거나 복습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면 특히 플립러닝은 ‘거꾸로 학습’이라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이러한 과정을 거꾸로 진행하는 것이다. 집에서 학생은 온라인 강의 혹은 자료를 통해 미리 학습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 문제해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점차 시험보다는 토론과 논술 등을 통해 학생을 평가한다. 과제의 경우에는 챗GPT가 작성하지 않았는지 평가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점점 줄어들거나 더욱 다양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 역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변화된 교육환경의 부분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평가한다면 어떠한 것을 살펴봐야 할까? 지금의 평가방법은 적절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업 중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는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인간이 기계보다 더 잘하는 것과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일부 학생들은 나름의 답안을 이야기하며 토론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기계는 잠도 자지 않고 식사도 휴식도 필요 없이 전기만 공급된다면 24시간 일을 할 수 있다. 기억력도 좋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뛰어나다 등 기계의 장점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답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더 잘하는 것에 있어 점점 답을 하는 학생이 줄어들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창의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기계가 뒤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인공지능은 음악과 그림, 영화 등의 예술작품 제작은 물론 새로운 기법을 터득해 기존 작품에서 진일보하여 인간의 창작물과 유사한 창작물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인간이 기계에 비해 더 잘하는 것은 없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기 충분하다.
 
하지만, 의외로 기계는 인간의 단순한 행동을 잘 따라 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이 걷고 뛰는 것이다. 물론 사람도 태어나 제대로 걷기까지 몇천 번의 넘어짐 끝에 지금처럼 걷고 뛰게 되지만, 최초의 이족보행을 성공한 혼다의 아시모(ASIMO)는 그 시작부터 걷는 모습을 완성시키기까지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감도 이해하고 그 두려움도 잘 알지만 그렇게 두려움만의 존재는 아니라 생각한다.
 
과거 19세기 초에도 영국에서 노동자에 의한 기계파괴운동(Luddite Movement)이 있었다. 기계의 도입에 따른 자신의 지위 하락과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기계를 파괴하면 종래의 좋은 노동조건이 회복될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 돌이켜 보면 노동자의 빈곤은 결과적으로는 자본주의 제도가 갖는 모순에서 비롯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자본가들의 요구에 따라 파괴금지법의 시행과 군대 출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탄압하였다. 결국 인공지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과 불안감이 높아질 때 학생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2001) 혹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2013)를 시간 내 봐보라 권한다. 지금 우리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안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의 성적보다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연말 깊어져 가는 겨울, 인간이기에 인간이 더 잘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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