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문화산책] 'MZ세대 즐겨 찾는 하이커 밝힌 둥근 달'…류재춘 작가의 '달빛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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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1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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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순화동천
류재춘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순화동천]

“소원은 꿈꾸기만 해도 따듯해집니다. 그런 따듯함들이 모여 한국의 달이 되었습니다.”
 
MZ 세대(밀레니얼 세대)가 즐겨 찾는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환한 햇살처럼 충만하게 차오 달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하이커 그라운드’는 한국을 찾은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하이커 그라운드’에는 글로벌 관광객에게 한국(KR)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Hi)와 전 세계 여행자들의 놀이터(Playground)가 되겠다는 뜻이 두루 담겨있다.
 
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다. ‘한국의 달’을 선보인 미디어아트 작품은 전 세계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많은 관광객이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저 마다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이 미디어아트의 주인공은 류재춘 작가다. 현대 한국 산수화의 대표 작가인 그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화랑미술제를 비롯해 독일과 싱가포르 등 해외 아트페어와 국내외 개인전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류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진경산수에 빠져들었다. 화선지와 먹으로 표현되는 깊이에 반해 수묵산수화를 전공하고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류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미디어아트 분야로 확장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업해 내놓은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월하2021’ 200점은 10초 만에 모두 팔렸다.
 
기술은 달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노암 예술평론가는 “류재춘 작가의 달과 달빛과 그 빛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형상들이 수묵과 디지털 이미지의 융합적 이미지로 진화하며 현대미술의 신선한 창조적 원천으로서의 한국화가 재해석된다”고 말한다.
사진순화동천
'더 문' [사진=순화동천]
 
류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지난 10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개막한 개인전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에서 만날 수 있다.

류 작가를 대표하는 ‘달’ 그림은 전시장을 찾은 사람을 작품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게 한다. 유난히 크고 환한 보름달은 보는 이에게 긍정적인 힘을 준다. 가로 190cm, 세로 130cm인 ‘더 문’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류 작가는 “간절하고, 따뜻하고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소망이 있기 때문에, 그리움의 정서를 마음에 품고서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며 달 그림에 담긴 마음을 전했다.
 
류 작가의 특유의 강렬한 붓질로 산을 그린 ‘황금 산’, ‘붉은 산’, ‘여명’ 등의 작품에서는 수천년간 한자리를 지킨 생명력이 느껴진다. 류 작가는 “단 하나에 그려 넣기에는 너무나 많아서 될 때까지 그리다 보니 산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순화동천
'The Mountain, 분홍' [사진=순화동천]
 
작가의 다양한 색채를 보는 것도 감상법이다. 먹의 세계 속에 어우러진 색채와 빛은 작품 속에서 두드러진다.
 
류 작가는 ‘달빛’에 대해 “보라색은 위로의 색이다. 사람들 마음에 안정을 주는 색이다”며 “힘들고 지쳐 있다가 이겨냈을 때 보이는 색이 보라색”이라고 말했다. 분홍색에는 모든 에너지와 생명력이 모여있다.
 
전시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중동에 있는 수집가들이 류 작가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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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사진=순화동천]
 
류 작가는 금강산과 중국 황산을 비롯해 세계의 명산을 탐방하면서 동양화에 녹아든 자연주의 사상과 정서를 연구했다.
 
이 경험은 자연을 재구성하고 전통 한국화의 원형을 탐색한 ‘자연의 초상’ 연작으로 이어졌다. 류재춘 작가는 한국화란 물감이 아닌 인격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근본이 자연임을 깨닫고 그 위에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함을 드러낸다.
 
작품에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녹아있다.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잠잘 수 없었던 시기에도 그림에 대한 류 작가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어두컴컴한 밤 산에 올라 자동차 트렁크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렸고, 자동차 바닥에 합판을 깔고 잠을 잤다. 풀벌레 소리 가운데 산을 비추는 여명이 ‘보라’ 연작을 만들었고, 제주도 해안도로에서 넋 놓고 바라보던 파도가 ‘바위꽃’이 됐다.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담은 그의 작품은 마치 ‘달빛 소나타’처럼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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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춘 작가 [사진=순화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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