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촘촘한 제품안전관리로 국민 안심사회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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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
입력 2023-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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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 사진국표원 제공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 [사진=국표원 제공]


1871년 미국 시카고에서 3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보험업계와 기업을 중심으로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으나 과열·누전으로 화재와 인명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골칫거리였다. 이를 계기로 보험사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전기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고자 '보험사 실험실(Underwriters Laboratories, UL)'이란 뜻의 기업 UL을 설립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품안전관리제도 UL 인증의 시작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UL 인증, 유럽의 CE(Conformite Europeenne) 인증과 같이 위해 제품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안전관리제도로 KC(Korea Certification)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C 인증마크는 2009년에 정부 각 부처에서 다양하게 사용해 오던 13개의 의무 인증을 통합해 불필요한 혼란을 해소하고자 도입했다. 안전성을 담보하는 KC 인증마크는 장난감, 스마트폰 충전기, 자전거 헬멧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제품안전관리 분야의 화두는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과 매년 다양하게 출시되는 신기술‧신수요 제품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2010년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반면 온라인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온라인 거래액(159.4조원)이 오프라인 거래액(15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제품안전 분야의 국제기구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도 2018년부터 '온라인 제품 안전'을 주제로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소비자 안전 확보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사회는 신기술‧신수요 제품에 해당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잠재적 위해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벼운 무게와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장점으로 웨어러블 기기 등 초소형 전자제품부터 전동킥보드,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장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해 안전 이슈가 종종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품 리스크 평가'를 의무적으로 수행토록 해 위해 수준과 안전조치의 적정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제품안전 분야의 글로벌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새로운 잠재적 위해 요인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제품안전관리 체계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신기술‧신수요 제품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 리스크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 기업의 자발적 제품안전관리 활동이 개선되고 수출 시 제품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부는 신기술‧신수요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해성이 발견되면 신속히 안전조치를 도입하겠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폐기되는 '사용후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전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제도를 도입·시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불필요한 규제로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고성능 전기자전거의 신제품 개발을 위해 모터출력 제한을 350W에서 500W로 상향했고 해외 기준에도 없는 불필요한 '겨울용 타이어의 50% 마모 표시 요건'도 삭제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안전관리대상 품목에 대한 규제 적절성을 점검하고 안전기준과 관련 없는 시험 항목을 제외하는 등 규제 합리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불법·불량제품에 대한 시장 감시는 더욱 강화하겠다. 작년 한 해에도 안전성조사, 제품사고조사, 불법제품 단속 등 사후관리를 통해 620만 개 이상의 위해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했다. 온라인 시장에 대한 안전 감시망을 강화하기 위해 수입 및 국내 유통 제품에 대한 조사·단속 과정에서 온라인 제품 비중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자단체, 온라인 유통사 등 민간 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온라인 불법제품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위해 제품 유통 차단 체계를 구축하겠다.
 
UL 인증제도의 도입 배경에서 볼 수 있듯이 제품안전관리제도는 인명과 재산 피해라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마련됐다. 과거를 교훈 삼아 동일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되 국정 철학인 '국민 안심사회 약속'에 맞춰 제품안전관리제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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