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교육사전] 태생부터 다른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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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3-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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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4동 교육부 아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0동 보건복지부 사진유대길 기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4동 교육부(위)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0동 보건복지부. [사진=유대길 기자]
#워킹맘인 A씨는 내년부터 5세가 되는 딸을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현재 A씨의 딸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몇 달 전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하나같이 유치원을 보낸다는 걸 알게 된 A씨도 집 근처 병설유치원 우선모집에 지원한 상태다. A씨는 "전문적으로 유아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게 마음에 놓이고, 교육 프로그램도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 관리하는 '유보통합'이 이번 정부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는 보육 관련 업무 예산 인력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또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영유아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다만 교육계에선 "태생적으로 다른 두 기관이 합쳐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될 일"이라고 분석했다.
 
문민정부부터 교육과 보육 '교집합'을 찾다 
유보통합 논의는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에서 시작된다.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은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이하 교개위)를 두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추구한다는 게 골자다. 

1996년 한 시민단체는 유아교육도 공교육이 돼야 한다며 '만 5세 무상교육' 도입을 요구했다. 이듬해 6월 교개위는 4차 교육개혁방안에서 유치원(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합친 '유아학교'를 언급한다. 교육부와 복지부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해 12월 만 5세 무상교육을 규정하는 '유아교육진흥법'이 발의된다. 

김대중 정부도 유보통합을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들고 나왔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2000년 교육부 장관 자문 유아교육발전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유아학교 체제 구축을 위한 유아교육발전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1997년 발의된 유아교육진흥법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인 2004년 1월 국회를 통과한다. 다만 보육으로 치부되면서 영·유아 보육 업무는 복지부에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로 이관됐다. 유보통합이 아닌 유보분리가 명확해진 것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하되면서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 의존도가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보육 업무는 다시 복지부로 간다. 이후 정부는 만 5세 공통 무상 보육·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주관 부처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은 부처 간 및 교육청과 지자체 간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었다. 지원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니 학부모나 교육기관은 지원이 끊기면 답이 없는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누리과정 대상을 만 3세까지 확대하고 0~5세 보육과 유아교육의 국가완전책임제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정보공시시스템 내용 확대·통합, 교육과정 통일까지는 추진했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자격과 양성 체계 정비, 유보통합 관리 부처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도 유보통합을 시도했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간극을 줄이는 데만 중점을 뒀다. 
 
표교육부
유보통합 주요 추진 내용 [표=교육부]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복지부가 가진 보육 관련 업무·예산·인력을 교육부로 이관한다. 내년부터 지방교육자치법 등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업무·예산·인력을 시도교육청으로 넘긴다. 보육에서 교육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모델 마련을 추진하면서 유보통합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통합모델에 대한 구상은 오는 연말 공개한다.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기관의 특성과 교사 자격·양성체계 등도 포함된다.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설치 기준 맞추기도 문제" 
교육계에선 태생적으로 다른 기관에서 성장한 교육과 보육 통합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치원 교사 처우가 하향 평준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보육교사 3급 자격은 고졸 이상 학력에 학점은행제 등에서 65학점 이상 수료하면 얻을 수 있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1급 유치원 자격증을 받고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와 보육학계, 유보통합범국민연대는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즉각 개정을 정부와 국회를 향해 강력히 촉구했다.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해관계자 간 입장을 좁히는 것뿐만 아니라 유보통합이 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느 설치 기준에 맞춰야 할지도 정해야 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설치 기준이 유치원보단 덜 까다롭다"며 "두 기관을 합치게 되면 설치 기준을 어디에 맞출지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행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설립·운영규정 제7조에 따르면 유치원은 임대한 건물에 설치할 수 없다.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라 유치원 건물이나 땅에 담보 등이 설정돼 있으면 안 된다. 이외에도 유치원 설치는 시설 설비 조건이나 교재 교구 설비 조건, 어린이 활동 공간 환경·안전 관리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으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이라 어린이집 입장에선 유보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치원, 특히 사립 유치원은 자칫 유보통합으로 정부의 간섭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송 교수는 "(유보통합 과정은) 당연히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이해를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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