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우리는 '딩크'가 아니다" 애타는 난임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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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3-11-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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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과배란 주사를 맞고 있다. 스스로 배에 바늘을 찌르는 것이 고통스럽다. 이후 병원에서 마취를 하고 난자 채취와 이식 수술까지 견뎌야 한다. 지쳤지만 포기할 순 없다. 종종 ‘딩크족(의도적으로 아이를 안 낳는 맞벌이 부부)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아니다. 우리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5번째 시험관 시술을 진행 중인 주부 김미현(39) 씨.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부부’가 증가하면서 시험관 시술(체외 수정)을 시도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아이를 원하는 이들의 간절함 반대로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는 14만458명으로 2018년 12만1038명 대비 16% 증가했다. 총 진료비는 2018년 1542억원에서 2022년 2591억원으로 5년간 68%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진료비는 127만3668원에서 184만4354원으로 44.8% 올랐다. 

난임 시술이 늘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의 연령이 높아져서다. 임신에 있어 여성의 나이는 절대적 요소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첫 아이를 낳는 평균 초산 연령은 2021년 기준 33세인데, 높아진 초산 연령은 기대 자녀 수의 감소로 귀결된다.
 
◆ “아이 낳고 싶은 사람들 도와야”···2030대 난자 냉동에 관심↑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는 부부를 집중적으로 돕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현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현재 난임 시술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이 난임 부부들에게 상당히 효과가 있다”면서 “난자 냉동을 비롯해 난임에 도입되는 신기술 등에 대한 보험정책도 이뤄져서 난임을 비롯해 나중에라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 3번째 시험관 시술을 앞둔 직장인 김지나(36) 씨는 “임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난임 시술 중단 없이 끝까지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한데 경제적인 부담까지 더해 포기하는 부부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빠르게 병원 검사부터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지현 교수는 “결혼 전부터 가임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 당장 결혼과 아이 생각이 없더라도 검사하고 난자 냉동이 필요하면 난자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또한 임신을 계획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결혼 연령이 늦어져 가임력이 떨어질 수 있어 임신 성공률이 높은 병원을 찾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난자 냉동 문의는 물론 직접 내원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는 임신 계획이 없지만 미래를 대비해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 것이 저출산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난자를 냉동하면 임신 계획이 늦어질 때, 질 좋은 난자를 미리 채취하고 이후 임신을 원할 때 해당 난자를 이용하면 된다.

실제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시술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차병원 난임센터에 따르면 난자 동결 시술 건수가 2021년(1194건)에 이어 지난해(1004건)까지 2년 연속 1000건을 넘어섰다. 난자 동결 시술 건수는 매해 증가해 2015년 72건과 비교해 15배 이상 폭증했다.

최근 임신이나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미혼 여성들이 난자 동결을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여성들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미혼 여성의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냉동 난자를 이용한 임신율은 30~40%까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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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내년부터 난임부부 시술비용 확대···“소득 기준 없앤다”

문제는 높은 시술 비용이다. 그간 난임부부가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 시술비용은 회당 평균 180만원에 달한다. 한 번에 난임 시술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평균 난임 시술 시도 횟수는 7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시술을 거듭할수록 비용 부담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자체에 따라 난임부부 시술 비용 지원이 천차만별이라 불만이 컸으나, 내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술 비용을 지원 시 소득 기준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실혼을 포함한 모든 난임부부는 시술 종류별로 회당 30만∼11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현재 대부분 지자체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80%(올해 2인 가족 기준 세전 월 622만원) 이하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난임 시술이 증가하면서 다태아 출산이 늘어나는 현상을 고려해 다둥이 임신·출산진료비 바우처 지원을 태아 당 1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다둥이를 임신한 산모에게 제공되는 바우처는 태아 수와 상관없이 일괄 140만원이다. 앞으로는 쌍둥이는 200만원, 세쌍둥이는 30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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