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강신국 우리은행 부문장 "'기업명가' 역사가 곧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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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10-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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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채 만기 도래·글로벌 공급망 재편·산업 구조 변화

  • 기업 자금 수요 늘어날 것···'주채권은행 비교우위' 핵심

  • RM 제도 등 오래 쌓아온 기업금융 역량, 신뢰의 바탕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사진 박성준 기자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 부문장. [사진= 박성준 기자]
"우리은행은 전신인 상업은행·한일은행과 같이 태생부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기업이 살고 죽는 업무에서 역사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래된 역사와 경험의 차이는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는 우리의 강점입니다."

최근 기업금융이 은행권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너도나도 기업대출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었다. 2027년까지 기업대출 시장점유율 1위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한 만큼 그룹의 모든 역량을 기업금융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선봉에 서 있는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 부문장은 기업금융은 대출을 만들어 내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역사에서 체득한 기업의 신뢰, 경험을 토대로 '무'에서 '유'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명가 재건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은행권 모두가 기업금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 기업금융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우리은행 기업금융은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는지.

"기업금융 시장의 매력도는 크게 높아졌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가계대출이 넘치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기업금융 시장의 잠재력도 상당하다. 내년 정책금리가 떨어진다고 볼 때 앞으로 기업 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수치로만 평가할 땐 과거보다 명성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자기자본비율(BIS) 등 자본의 적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 때문에 기중 여신을 늘렸다가 기말에는 낮추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타 시중은행 대비 기업대출 볼륨이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적인 경쟁력은 대출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역사와 구성원 역량 등 정성적인 지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우리은행은 역사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

기업금융 시장 성장의 잠재성이 있는 만큼 우리는 기업금융 명가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런 의사 결정을 토대로 은행 내 많은 자원을 기업금융으로 배분하려 한다. 연간 대기업대출 30%, 중소기업대출 10% 등 목표치도 제시했다."

-내년 금리 상황 등을 보면 그동안 은행 성장을 주도해 온 가계대출 상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기업금융 시장은 발굴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했는데, 향후 기업금융 시장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가.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다. 산업 전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유망한 신성장산업 내 기업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금융 정책 의제를 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지, 여기에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기업 여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코로나19 충격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는데 금리 변수가 달라지면서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확대된 게 있다. 또 대기업그룹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던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예컨대 롯데그룹은 과거 유통·숙박 등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케미컬·바이오로 전환하고 있다.

또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재편되면서 대내외 생산기지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국에서 물류비용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생산기지 이점을 노리다 보니 자금 수요가 상당하다. 실제 과거 수천억 원으로 생산기지를 만들 수 있었다면 최근 스마트화한 공장들은 기본으로 조 단위 공장을 짓고 있다. 그동안 대내외 불확실성 투자에 신중했다면 이제는 튼튼한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적극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무엇인가.

"주채무계열 38개 계열사 중 11개 주채권은행을 우리은행이 잡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이용하는 것이 지향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은행 90% 이상은 상품이라든지 업무 영역, 포트폴리오, 금리, 인력 모두 비슷한 구조다. 이에 우리은행이 차별화할 수 있다면 주채권은행으로서 비교우위를 살릴 수 있다.

은행 여신을 들여다보면 기업여신과 가계대출 비중이 대체로 5대 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거시경제에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그간 소매금융에 투자했던 자원을 기업금융으로 돌리면서 추후 기업금융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이 내건 2027년 238조원 목표는 올해 말 예상 대비로 4년 새 70%에 가까운 여신 성장이다. 특히 대기업 부문에서 매년 30% 이상 성장하겠다고 했는데 달성할 수 있는 숫자로 보는지.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연간 30%씩 성장한다는 것도 모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이는 다른 은행이 한 발 뛸 때 우리는 두 발 뛰어 추월하겠다는 청사진을 토대로 제시한 숫자다. 2027년에 우리가 기업대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점칠 수는 없어도 목표로 하는 지향점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금융회사들 보폭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고 우리는 바뀌는 동향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다.

과거 문어발식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보다 신중한 투자 기조가 형성됐다. 이런 신중한 기조 속에서도 신용분석기법을 선진화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가할 수 있는 눈도 좋아지고 회사 재무도 투명화하면서 정확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기업 신용등급에서 중위값보다 소폭 높은 'BBB' 등급 이상인 여신 비중은 전체 여신 가운데 95%를 차지한다. 이는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분석 툴을 정교화하고 재무 환경이 투명해졌다는 것은 모든 은행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다. 결국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로 얼마큼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얼마큼 합리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 같다.

"과거에는 가격 외 경쟁이 많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가격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모든 금융기관에 어려운 환경으로 닥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부담이 커서 선택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얘기할 수 있는 건 원화대출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대출 외에도 다양한 유형에서 자금 수요가 발생하고, 이런 기업과 거래하면서 은행은 수많은 무형 자산을 쌓을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래된 경험의 차이는 평가하기 쉽지 않은 강점이다. 실제 과거 외환위기 당시 동국제강이 위기를 맞았을 때 마지막까지 지원해준 게 우리은행이다. 한화그룹, 효성그룹 등과도 단단한 신뢰를 쌓고 있다."

-조직·인사 등 대내적으로도 기업금융을 강조하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조직 안으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은행이 2001년 도입한 기업금융전담역(RM) 제도는 다른 은행 대비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제도를 통해 기업금융 역량을 내부적으로도 교육하고 모든 기업금융 관련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기업금융에서 큰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

또 지난 3월 부문 제도 정비 이후 단독 운용하던 기업금융을 △기업 △투자은행(IB) △글로벌 △부동산까지 기업투자금융 부문으로 묶었다. 부문 내 그룹장과 본부장들은 매월 모여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커뮤니티 회의를 진행하고, 이런 회의는 더 나아가 은행과 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검토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유관 부서 회의로도 연결된다. 또 어려운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솔루션마이닝' 회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에는 은행 인사에서 모든 인사를 관리했으나 현재는 부문장이 부문 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맞춤형 경력개발관리(CDP)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 특성에 맞게 검증이 가능하다. 이는 빠른 영업 성과로 귀결된다. 올해부터는 지점장 말고도 기업 영업 RM에 대해서도 성과급이 주어진다. 기업금융은 업무 지식과 경험 등에 따라 개인 역량 차이가 큰데 이런 인센티브 제도로 자기 계발을 지속해서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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