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격화되는 中·美 전기차 혁신기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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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남 기아 전 전무
입력 2023-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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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선두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니오(NIO)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전기차 영역 확장을 위해 손을 잡았다. NIO가 기술을 제공하고 벤츠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기술 제휴 협의를 마쳤다. 

내연기관 차를 처음 개발했던 벤츠는 그동안 중국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왔다. 앞으로는 중국의 신생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는 충격적인 날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요타는 2019년 BYD와 전기차 공동개발에 합의해 지난해 bZ3라는 전기차를 개발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샤오펑과 상해 기차로부터 플랫폼 기술을 제공받아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전략을 확정했다. 스텔란티스 등 다른 업체들도 이 같은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플랫폼 기술 공급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코로나19 기간인 지난 3년간 주요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전기차의 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세계 각국은 전기차 판매 금지 조항을 잇따라 내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2030년 전체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대통령령과 함께 인플레이션 억제법(IRA)을 도입했다. 2027년형부터 2032년형을 대상으로는 기업 평균 연비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규모의 투자를 했으나 중국 업체들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했다. 현지 업체들의 성장으로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규모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자동차 강국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는 2017년 대비 내연기관차 판매는 800만대 줄었지만 친환경차 판매는 600만대나 증가했다. 친환경차 판매에서 BYD를 대표로 하는 중국 로컬 업체들의 비중이 막대하다. 외국계 업체로는 테슬라가 2위를 하고 있고 내연기관차 판매에서 부동의 1위였던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후 전기차로 가장 먼저 변화에 나섰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9위에 그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테슬라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올해 2분기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요타 판매를 처음으로 앞서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 Y는 폭스바겐 골프, 푸조 208 등을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2018년 모빌리티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하이브리드에 집착하면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어졌다. 2026년 이후 전고체 전지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를 통해 혁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미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미국과 중국 업체 간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BYD, NIO, 샤오펑은 전기차를 스마트 폰의 연장선 발상으로 테슬라처럼 개발해 왔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차는 차량 컴퓨터를 핵심으로 한 중앙 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에 의한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했다. 

설계 단계부터 전자제어장치(ECU), 차량 OS, 클라우드와의 통신 기능,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의 앱 등 복잡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기술에서 레거시 업체와 6년 이상의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테슬라와 BYD는 배터리와 e-Axle, 반도체 칩, 시트 등 기존 레거시 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직통합 전략으로 개발, 생산해 왔다. 여기에 개발비 축소와 기술 혁신, 개발기간 단축 노력이 더해지며 원가를 혁신해왔다. 

이는 디지털화된 차를 대중 차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밑바탕이 됐다. 테슬라는 언박스드 프로세스(Unboxed Process)라는 조립 방법 혁신으로 제조 원가를 50% 절감하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회사는 2만5000달러의 차를 연간 50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당분간 테슬라, BYD를 따라갈 수 있는 업체는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테슬라의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완성차업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SDV 개발에 열을 올려야 할 때다. 
 
이순남 기아 전 전무 사진아주경제 DB
이순남 기아 전 전무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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