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사우디, 원유 증산 가능성 제시…美와 방위협약 체결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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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3-10-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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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경우 내년 초 원유 생산량을 늘릴 의사가 있다는 것을 미국 백악관 측에 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대가로 민간 핵 지원 및 무기 판매 등을 포함한 미국과의 방위협약 체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또한 이스라엘의 국가 지위도 인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래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사우디-이스라엘 3자 협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실제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지난 2018년 사우디의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냉각됐던 미국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브렛 맥구르크와 아모스 호치스타인 등 2명의 백악관 특사를 사우디로 보내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사우디가 미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고유가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장기화 및 그에 따른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올해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여파에 3분기 들어 25%나 급등했다. 이에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95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으며 100달러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국제유가는 최근 며칠간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이날은 84달러까지 내려온 상태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 재원 마련을 위해 고유가를 밀어붙이고 있던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네옴시티 등 프로젝트에 대한 외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야 사우디의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면 원유 수급 불균형이 한층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도 더욱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과 사우디 혹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 간 3자 협상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으로 사우디의 증산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사우디가 증산을 실시할 경우, 그동안 사우디와 같이 감산을 주도해왔던 러시아와의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언급했다.

캐나다 은행 RBC의 수석원자재전략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실질적인 포괄적 협의가 있기 전까지 사우디로 하여금 상당한 규모의 에너지 지원 조치를 먼저 실행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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