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욜로족' 빠졌던 직장인..."미래 없는 불나방 '골로족'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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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언 인턴기자
입력 2023-07-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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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거치며 욜로족 트렌드 '쏙 사라져'

  • 고물가 기조에 MZ세대 '무지출 챌린지' 열풍

  • 전문가 "욜로보단 소확행이 미래 더 긍정적"

사진유튜브 채널 박괜찮
[사진=유튜브 채널 '박괜찮']

욜로(YOLO·인생은 한번 뿐)와 플렉스(FLEX) 같은 과시형 소비가 저물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근검절약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욜로를 외치던 젊은 세대가 삼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휩싸이면서 소비 성향도 바뀌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물가 흐름이 이 같은 소비 성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24일 온라인동영상플랫폼 등에 따르면 최근 '욜로족으로 살다 뒤늦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 욜로족을 택한 자신의 선택을 이제 와 후회한다고 밝힌 한 유튜버(채널 '박괜찮')의 영상은 이날 기준 누적 재생 18만회를 넘었다.

이 채널의 운영자는 40대 여성 유튜버 A씨로, 자기 얼굴은 노출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A씨는 최근 '30대에 욜로, 40대에 골로 가버렸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직장인이었던 지난 2016년부터 8년간 욜로족으로 살아왔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는 "매일 쳇바퀴 도는 일상이 싫었고, 쥐꼬리만 한 월급에 집안 형편도 어려워 월세를 전전하며 살았다"고 운을 뗐다.
 
사진유튜브 채널 박괜찮
[사진=유튜브 채널 '박괜찮']

A씨에게 욜로는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이자 단기 마취제일 뿐이었다. 그는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열심히 노는 것에 대해 사회가 죄책감을 덜어주었던 게 좋았던 것 같다"며 "값비싼 해외여행과 엄두도 못 냈던 비싼 취미를 하며 가진 돈을 퍼부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욜로족으로 살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욜로를 지향하는) 사회 풍토에 휩쓸렸던 거 같다"며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과시적 소비를 부추긴 점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A씨는 코로나19 이후 욜로족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욜로는 저세상으로 사라져 흔적도 안 남았다"며 "(자신과 다르게) 열심히 산 친구들은 집도 사고 결혼도 했으나 자신은 아직도 값싼 전셋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미래가 없는 불나방'에 비유했다.
 
MZ세대, 이젠 '욜로족'이란 말도 잘 몰라
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과 몇 년 새 급변했다. 지난 2017년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욜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84.1%)이 '욜로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고(60.7%),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55.4%)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뒤바뀌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1년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에게 '욜로족 삶을 지향하는지' 물은 결과 20대 5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선 2017년 조사 응답률 75.6%에 비하면 20.4%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30대 역시 같은 기간 6.8%포인트 감소한 59.6%를 기록했고, 욜로를 '상업적으로 이용됐다(63.0%)'거나 '과소비하도록 만든다(53.6%)'며 비판적으로 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는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무지출 챌린지란 교통비를 제외하고 하루 지출 '0원'에 도전하는 것을 말한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7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지출 챌린지'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 이상(71.5%)이 "무지출 챌린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답했다. 또 욜로·플렉스보다 절약하는 소비 현상을 더 의미 있게 느낀다고 답한 이들도 70.6%에 달했다.
 
사진트렌드모니터
[사진=트렌드모니터]
 
전문가 "팬데믹과 국제 경제 변화 겪은 뒤 나온 학습효과"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바뀐 소비관과 관련해 팬데믹과 국제 경제 위기를 거치며 얻은 '학습효과'라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취업률이 낮아지고 수입이 적당한 양질의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물가 상승 폭도 커져 현실적으로 돈을 쓰고 즐기는 문화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엔데믹 시대(코로나19 종식)가 도래했지만, 글로벌 경제 악화로 개인·국가 경제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 속) 젊은이들은 누구도 개인의 경제 사정을 보살펴 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 '내 돈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내 미래 경제는 내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은 경제 자립심을 더 가질 것"이라며 "현재만 보는 욜로보단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미래에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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