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하한가 사태로 우려됐던 충당금 적립이 현실화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도 발목을 붙잡을 전망이다. 하반기 역시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은 만큼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1조2661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20%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전 분기와 비교해 51% 줄어든 19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의 이익 감소세가 가파른 건 차익결제거래(CFD) 충당금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키움증권의 2분기 기타손익이 CFD 충당금 반영에 따라 720억원 손실로 부진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에 따라 반대매매가 어려워져 미수채권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CFD 사업 구조상 미수금이 발생한 경우 회수가 어려운 채권은 증권사의 대손 부담으로 이어진다.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증권 역시 500억원 내외의 CFD 관련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증권사 2분기 실적에는 부동산 PF 리스크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면서 증권사들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증권업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지난해 말(10.38%) 대비 5.5%포인트(p) 급등했다. 금융업권 내 최고치다.
한국금융지주는 부동산 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 CFD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32% 감소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뿐만 아니라 CJ CGV 전환사채 실권인수 물량에 대한 평가손실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2300억원대의 CJ CGV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CGV 주가 급락으로 약 300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은 CFD 관련 영향이 미미하지만 약 400억원 규모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역시 이익이 크게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늘었던 거래대금이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금융권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만큼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연체채권 상각을 통한 연체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분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관련 평가손실 인식이 전망된다.
유가증권시장의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일까지 약 8조2000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10조원)에 비해 18% 감소했다. 일평균 회전율도 이달 0.47%로 집계돼 지난달(0.49%)에 비해 하락했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도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섰다. 반기보고서 제출과 휴가 기간 등으로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확대시키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익증권 등 투자자산 평가손실 반영,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은 2분기에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하반기 내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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