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가 전하는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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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06-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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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IV '부재'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최수열 지휘자와 로봇 '에버6'가 관현악단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디를 가나 인공지능(AI)과 로봇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생성형 AI ‘챗GPT’의 영향이 크다. 먼 미래의 일일 것 같았던 인공지능 ‘챗GPT’와의 대화는 전 세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했던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강렬하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만든 4족보행로봇 ‘스팟(SPOT)’의 발전 속도도 놀랍다.
 
26일 베일을 벗은 국내 최초의 로봇 지휘자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수많은 취재진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IV ‘부재’ 연습실 공개를 담기 위해 모였다.
 
해외에서 로봇 지휘자는 여럿 있었다. 2008년 일본 혼다사가 만든 ‘아시모(Asimo)’, 2017년 스위스의 협동 로봇 ‘유미(Yumi)’, 2018년 일본의 2세대 AI 휴머노이드 로봇 ‘일터2’와 2020년 ‘알터3’를 선보였다.
 
이번에 베일을 벗은 ‘에버(EveR)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년 전부터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어깨, 팔꿈치, 손목 등 관절을 구부릴 수 있다. 에버6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은 아니다. 사람 지휘자의 동작을 모션 캡처해 프로그래밍한 로봇이다.
 
국내 첫 지휘자 로봇 ‘에버6’은 놀라움을 주지는 못했다. 지휘자가 아닌 ‘지휘 퍼포머’라고 말하는 게 정확했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는 합창에서도 오케스트라에서도 관현악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치명적이게도 ‘에버6’는 아직 주위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갖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미술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을 하나의 예로 들며, 일각에서는 예술 분야도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휘자는 무대 위에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연습부터 공연까지 모든 과정을 단원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다. 듣고 또 들으며 조율하고, 곡에 자신의 해석을 담는다. 
 
로봇 지휘자가 단기간에 인간 지휘자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니, 음악 빠르기 용어인 아주 느리게를 뜻하는 ‘라르고(Largo)’가 떠올랐다.
 
로봇 지휘자의 등장은 단기간에 볼 수 없겠지만, ‘에버6’는 이미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고 있다. ‘에버6’와 지휘자 최수열이 오는 30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연주할 ‘감’은 연주자들이 정해진 악보 없이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만드는 새로운 음악이다. ‘에버6’는 느리지만 천천히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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