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반인반기(半人半機) 시대, 인간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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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3-06-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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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최근 오픈AI라는 회사가 개발한 챗GPT가 등장하면서 일반사회뿐 아니라 학계 산업계를 포함하여 온통 시끌벅적해졌다. 그동안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사용하여 자료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혁신이 일어난 탓이다. 종래는 질문하려는 내용에 대한 자료나 논문들을 수집하는 것은 AI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이들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평가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인 인간의 몫이었다. 그런데 챗GPT의 등장은 제기된 질문에 대하여 AI가 독자적으로 종합분석하여 정리한 결과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지능을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도 오로지 기계적 수학적 방법으로 누적된 자료들을 분석하여 답을 제공하는 일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으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편리와 효율을 추구하기 위하여 개발되어 온 AI가 이제는 인간의 고유활동이라고 여겨져왔던 영역을 침해하고 대체할 수 있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인류의 미래에 밝지만은 않은 우려를 빚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AI의 활용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게 되었다.
실제로 AI의 꽃으로 지목되는 로봇은 개발되면서부터 많은 우려를 가져왔다. 로봇의 개념적 근거는 중세 연금술에서부터 시작된다. 연금술의 목적 중에 하나가 무결점무오류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결과 골렘, 툴파, 호문쿨루스 등이 등장하면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인조인간의 형태가 창안되었다. 특히 유대인들에게 전승되어 자신들을 대신할 인조인간인 골렘을 구체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 셀리의 작품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이다. 로봇이라는 용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체코어로 부역을 뜻하는 로보타(robota)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소개한 ‘로슘의 유니버설 로봇’에 처음 등장하였다. 로봇은 인간 대신 일을 해주는 존재로 등장하였지만 결국 인간에게 반란을 시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인조인간인 로봇은 등장하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할 수 있으나 언젠가는 인간을 거부하고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공상과학소설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에 관한 저서인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에서 로봇이 지켜야 할 세가지 법칙(Three laws of robotics, Asimov’s law)을 제안했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첫째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첫째와 둘째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주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실제로 유명한 공상과학영화인 ‘터미네이터’에 이 내용이 소개되어 인구에 널리 회자되게 되었다. 나아가 아시모프는 <로봇과 제국>이라는 저서에서 앞에 언급한 세 가지 법칙을 선행하는 보다 중요한 법칙인 0번째 법칙(zeroth law)으로 로봇은 인성을 해쳐서는 안 되며, 행동을 하지 않아 인성에 위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항을 추가했다. 이어서 케사로브스키는 <제5의 법칙>이라는 저술에서 다음을 추가하였다. 넷째, 로봇은 자신이 로봇임을 일반인들에게 밝혀야 한다. 다섯째, 로봇은 자신의 의사결정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대칭적 신원확인과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로봇뿐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거나 만들어 낸 모든 기계와 도구에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에 의하여 인간세상이 위협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공상과학에서 시작된 로봇 윤리는 20세기 내내 당연한 결론으로 묵시적으로 수용되어왔고 크게 문제화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로봇에 대한 인간의 지배구조가 명확했고, 인간의 능력이 충분히 로봇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AI와 반도체 집적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하게 되면서,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특이점 시간이 예고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더 이상 인간이 AI를 확실하고 압도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상황으로의 진행이 예측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자율성을 강조하는 AI의 발전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주체를 달라지게 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거론되면서 인간과 로봇의 구별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로봇이 인간적인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상상은 세상을 또 다른 지평으로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인간형 로봇의 사례로 아시모프 원작의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판타지 영화가 있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으로 AI를 탑재한 로봇인 앤드류로 등장하여 인간인 여성을 사랑하여 결혼 허락을 받으려고 법정소송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재판이 오래 지속되는 탓에 여자는 늙어버렸지만 앤드류는 늙지 않고 그대로 있어 아무리 인간과 로봇이 진실로 사랑하였다고 하더라도 로봇은 법정에서 인간으로 인정 받지 못하게 되어 패소하였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인간 티토노스의 불운한 사랑 이야기가 이제는 인간과 로봇의 사랑으로 변질되어 각색되었지만 AI 로봇이 인간적 감성을 가질 수 있음을 상상하고 있다. 아직은 AI가 인간의 감성까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가능성이 열리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하여야 하고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대한 대처를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화시대부터 인간은 공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능력을 확대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를 상상하였고, 무한한 능력과 불멸의 삶을 희구하여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존재를 유추해냈다. 이제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트랜스휴먼, 판단인지 능력까지 대행하기 위한 포스트휴먼의 존재를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개념인 반인반기(半人半機)의 생성체를 등장하게 하고 있다. 반인반기의 인간과 AI로봇이 공존하는 시대를 맞아 인간의 본질을 견지하면서 삶의 질을 증대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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