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두리안의 자유' 언제쯤 누릴 수 있을까요"

전 세계 두리안 80% 먹어치우는 중국

베트남 과수원마다 '두리안 재배' 열풍

'중국산 두리안' 재배도···"쉽지는 않네"

 

지난 5월 중순 광시좡족자치구 난닝 시내 한 대형 마트의 태국산 두리안 판촉행사대에서 주민들이 두리안을 고르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두리안 가격이 폭등했다."
 
5월 말 중국 포털 바이두에 올라온 실시간 검색어(실검)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두리안 가격 폭락이 실검에 올랐는데, 열흘 만에 20% 넘게 폭등한 것이다. 
 
두리안은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열대과일이다. 뾰족하고 두꺼운 가시로 뒤덮인 껍질을 벗겨 부드러운 과육을 먹는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다. 기자도 베이징에서 두리안을 먹어본 적이 있다. 과육이 물컹물컹한 데다가 냄새도 고약했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공공장소에서 두리안을 못 먹게 금지할 정도다. 하지만 두리안 애호가들은 그 맛에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인의 두리안 사랑은 어마어마하다.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과일 1위가 두리안이다. 중국인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두리안 가격에 울고 웃는 이유다. ‘두리안의 자유’를 누리겠다며 최근엔 직접 두리안 재배에까지 나섰다.
 

전 세계 두리안 80% 먹어 치우는 중국

급증하는 중국 두리안 수입 [사진=아주경제DB]

중국은 매년 전 세계 두리안의 80%를 먹어 치우는 두리안 소비대국이다. 2022년에만 약 82만5000톤(t)을 소비했다. 특히 태국에서 수출하는 두리안의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지난해 중국 연간 과일 총 수입액이 146억 달러(약 18조5000억원)인데, 이 중 두리안이 27%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올 들어 두리안 소비는 더 왕성해진 모습이다. 중국 대형마트 우메이는 올 들어 두리안 판매량이 예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베이징상보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두리안 랜덤박스(盲盒)’ 놀이도 인기다.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인 두리안은 겉으로 봐서는 과육이 많은지 적은지 알기가 힘든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두리안 껍질을 까서 과육이 얼마나 많은지를 공개하는 인증 샷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올 들어 중국 내 소비는 급증한 반면, 공급은 달리면서 두리안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것이다. 두리안 가격 폭등에 화가 난 누리꾼들은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를 원흉이라고 맹비난했을 정도다. 중국 인기 인플루언서인 신바(辛巴)가 지난 5월 초 직접 태국 현지로 날아가 태국산 두리안을 라이브 스트리밍(라이브방송)으로 500g당 약 30 위안 가격에 160만개 이상을 팔았는데, 그 이후부터 시중에 두리안 공급 물량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5월 초 500g당 20~30위안에 구매 가능했던 태국산 두리안은 5월 하순 40위안, 6월 초 50위안 이상으로 올랐다. 그런데도 일부 마트에서는 두리안 재고가 부족해 1인당 1개로 두리안 구매제한령을 시행할 정도다.
 

베트남 과수원마다 '두리안 재배' 열풍 

5월 말 베트남 현지 농가에서 두리안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중국 물류회사 윈둬둬]

중국은 ‘두리안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리안의 자유', 두리안 값이 워낙 싸서 누구나 두리안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두리안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RCEP(지역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가 정식 발효되면서 그간 태국에서만 수입했던 신선한 두리안을 이제 베트남(지난해 7월), 필리핀(올해 1월)에서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최근 두리안 재배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지난 5월 중순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광시좡족자치구 핑샹을 방문해 현지에서 물류기업을 운영하는 왕씨를 만났다. 그는 "최근 베트남에서는 중국 상인들이 돈다발을 들고 베트남 두리안 농장을 통째로 사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농가마다 오렌지, 잭프루트 등 기존의 열대과일 과수원을 갈아엎고 앞다퉈 두리안을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관세청은 올해 말까지 베트남 두리안의 중국 수출액이 1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지난 5월 초 잠깐 중국 내 두리안 가격이 500g당 20위안 대까지 떨어져 두리안 구매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70~80위안이면 두리안 한통을 사먹을 수 있었던 것. 이는 당시 태국과 베트남 두리안 수확철이 겹치는 시기였는데, 베트남산 두리안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두리안 가격이 ‘반짝’ 하락한 것이었다. 하지만 태국산 두리안 수확철이 끝나자마자 두리안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중국은 동남아와 국경을 맞댄 커우안(口岸, 국경통상구)에서 두리안 등 열대과일 수입통관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지난달 기자가 직접 찾은 광시좡족자치구 핑샹시 유의관(友誼關) 커우안.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이곳은 중국에서 동남아 열대과일이 가장 많이 수입되는 커우안이다. 두리안을 비롯해 잭프루트, 망고스틴 등 열대과일 통관에 대해 패스트 트랙을 마련하는 등 각종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30분~2시간 이내 통관은 기본이고, 열대과일 전용 검역 통로를 마련한 동시에 과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동창고도 따로 마련했다.
 

'중국산 두리안' 재배도···"쉽지는 않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물류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열대과일 운송도 한층 편리해졌다. 특히 2021년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물류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중국~라오스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태국산 두리안은 해상 및 육로 운송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다. 해상 운송으로 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오는 데만 7일, 중국 각 도시 마트로 공급되는 데 10일 이상이 소요됐다. 도로 운송은 해상 운송보다 빠르지만 역시나 중국까지 들어오는 데만 5일 이상이 걸렸다. 기자가 과거 베이징 현지에서 먹었던 두리안이 별로 신선하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다.

하지만 중국~라오스 철도가 개통되고 ‘열대과일 전용 콜드체인 열차’가 운행되면서 이제는 태국에서 중국까지 두리안을 운송하는 데 충칭 등 가까운 지역은 3일, 베이징 등 먼 지역도 아무리 길어도 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덕분에 중국인들은 예전보다 더 신선한 두리안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중국인의 두리안 사랑이 워낙 크다 보니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 싼야에서는 직접 두리안 재배에 나섰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최근 하이난성 현지 농가에서 4년 이상 재배 끝에 올해 처음으로 중국산 두리안을 수확해 이달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리안 재배면적은 고작 70헥타르(ha), 수확량은 고작 50t이다. 중국의 올해 두리안 예상 소비액인 100만t의 약 0.005%에 불과하다. 중국인의 두리안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펑쉐제 하이난 농업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3~5년 내 두리안 재배량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재배면적이 2만~3만 헥타르까지 늘지 않는 한 두리안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