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시대가 온다] 삼성전자, 월1회 금요휴무 도입…산업계 주4일제 확산 도화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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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윤동, 최은정 기자
입력 2023-06-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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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휴넷이 주4일제 근무 주도

  • IT업계=엔데믹 이후 포털·게임 중 카카오 공동체만 제한적 시행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3일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정규직만 12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결정에 주4일제 근무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매달 월 필수 근무 시간을 채웠다면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교대근무 생산직은 예외다. 해당일이 휴일일 경우 직전 주 금요일에 적용된다. 금요 휴무제 명칭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디벨롭먼트데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패밀리데이'로 파악된다.

월 1회 주 4일 근무는 올해 삼성전자 노사 임금 교섭 과정 중 합의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5월 두 달간 육아 부담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을 일시 허용하기도 했으나, 이를 평시에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회장에 취임한 후 첫 정기인사에서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하고 직급 연한을 폐지하는 등 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했다. 올해 2월부터는 영어 이름이나 별칭을 활용한 수평호칭제도를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근무 자율성을 확대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Z세대가 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하면서 워라밸 문화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재계에서는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SKT가 월 1~2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월 1회, SK스퀘어와 SKT가 월 2회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업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 월 1회 주 4일제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궁극적 목표는 업무 효율성을 개선해 더욱 성과를 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유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당장 휴일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기아에서도 노사간에 주 4.5일제 관련해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 노동조합은 올해 단체협약 교섭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상승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업무효율성을 개선하자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직원들 개개인이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등 스타트업 주4일제 근무 주도

국내에서 주 4일제 근무는 애초 스타트업 기업이 주도했다. 대기업과 인재 다툼이 치열해 입사 인센티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아한형제는 2015년 1월 국내 최초로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 도입에 이어, 2017년 3월 주 37.5시간에서 2시간30분을 단축한 주 35시간을 도입했다. 2019년 4월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유연한 근무형태를 위해 부서별 시차출퇴근제도 도입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주 32시간제를 도입한 데 이어, 개인별 시차출퇴근제도도 적용했다. 올해부터는 근무장소와 근무시간 모두 구성원이 각자 선택해서 일할 수 있는 선택적 근무제도를 운영 중이다.
 
윤나영 매니저는 “우아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인 ‘규율 위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근무제도 하에서 보다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종합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2017년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했다. 스타트업으로서 내리기 정말 힘든 결정이었지만, 충분한 휴식과 자율성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을 믿고 경영진이 결단을 내렸다.
 
이가희 여기어때 홍보팀장은 “임직원 복지를 제고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 컸다”며 “제도 도입 1년 만인 2018년에 첫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2019년 주 4.5일제 시행에 이어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이 휴무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본격적인 주 32시간 근무를 시행 중이다. 최근 주 4일 근무제 도입 1년을 맞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원의 93.5%는 '주 4일제에 만족한다'고 했다. 주 4일 근무의 긍정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일과 삶의 균형'(22.7%)이 1위로 꼽았다.
 
비상교육은 원격 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3회는 자유로운 원격 근무를 하고 주 2회는 오피스 근무를 실천하는 제도다. 대면 회의 등 업무 효율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부서별 재량으로 전원 출근하는 '오피스 데이'를 정했다.
 
하지만 노동집약 산업 부문 중소기업들은 주 4일제 근무를 성급하게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생산성이 줄어 결국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낮추는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근로환경이 좋은 곳은 시행할 수 있다. 인재 유치가 관건인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환경이 열악한 업종이나 중소기업 등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둘러 도입할 시 노동시장 빈익빈 부익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포털·게임 중 카카오 공동체만 제한적 시행
 
국내 IT 업계는 주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카카오·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포털게임 기업은 근무 시간·형태를 조정 가능한 유연근무제를 중점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시기 선제적으로 실시한 재택근무 등 기반 제도를 각사 조직과 상황에 따라 변형했다.
 
다만 카카오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주4일 근무를 허용한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한 '리커버리 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공동체(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2021년 4월부터 격주로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를 시행, 2주에 한 번 주4일 근무가 가능토록 지원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사회·경제적으로 주4일 근무제가 자리 잡는 분위가 형성되면 상대적으로 기업 문화가 유연한 IT기업들이 앞장서 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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