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귀환한 은행채… 공사채 등 하위 크레딧 구축효과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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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6-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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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채, 최근 발행 규모 늘며 순발행 감소세

  • 증권가 "하위 크레딧 구축효과 우려"

  • 같은 AAA급 은행채·공사채 스프레드 벌어지는 중

[자료=금융투자협회]


레고랜드·실리콘밸리은행(SVB)발 사태 이후 감소하던 은행채 발행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시중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경쟁적으로 늘리며 발행액은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AAA급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공사채 등 하위 크레디트에도 구축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기준(5월 5일~6월 5일) 은행채 발행액은 24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달(18조원)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 만기 물량이 늘면서 상환액도 한 달(21조원) 전보다 4조원 많은 25조원까지 증가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는 5월 만기 도래 물량이 많아 순발행 기준으로는 소폭에 그치고 있지만 전체 발행 규모는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에 대해 채권 발행 물량을 만기 물량 대비 100%로 제한했다. 은행채 발행 억제를 통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월을 기점으로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 물량 대비 125%로 늘려주면서 은행채 발행이 늘고 있다. 

은행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 정상화도 시장 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LCR 비율을 92.5%까지 유지한 뒤 규제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LCR 비율은 오는 7월부터 95%로 높아져 시중은행들은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LCR은 향후 한 달간 빠져나가는 자금 대비 예금·국공채 등 자산 비중을 나타낸 유동성 지표다. LCR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유 자산이 늘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수요가 많아진다. LCR 정상화는 은행권에 대한 자금 쏠림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시중은행들은 예금 이탈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최근 은행채뿐 아니라 정기예금 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CD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추산에 따르면 올해 6~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약 125조원 규모며 하반기 은행채 차환 발행 수요로 발행량 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LCR 규제 완화 조치 종료와 은행채 발행 만기 도래는 추가적인 발행 확대를 예상하는 요인"이라면서 "이는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발행 금리도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지주 산하 은행 중 일부는 그동안 찍지 않던 만기 3년 이상 은행채 중장기물도 3.8~3.9%대 금리로 발행에 나섰다. 은행채 수요가 있는 만기 구간에 맞춰 조달 금리 상승을 감내하면서 은행채 발행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 들어 같은 AAA급인 은행채와 공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최근 한 달간 같은 AAA급인 은행채와 공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이는 은행채보다 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공사채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사채는 은행채와 신용등급이 AAA급으로 동일하지만 은행채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채와 은행채 스프레드는 중·단기 구간 중심으로 상승했는데 특히 1년물은 지난달 2일 3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5일 6bp까지 확대됐다. 한전채, 주택저당채권(MBS) 발행과 은행채 순발행 전환에 따른 수급 부담이 초우량물의 스프레드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명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량이 증가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은행채보다 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공사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한전채에 더해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하위등급 크레디트 수요를 잠식했다"며 "올해도 은행채 발행에 따른 구축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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