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미래산업, 넥스턴바이오]
공작기계 전문 제조기업 넥스턴바이오(넥스턴)이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래산업을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M&A) 거래를 자본시장에 잔뼈가 굵은 '선수' 간 거래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기업 간 M&A가 완료되면 사업목적 추가 등을 통해 회사의 주가를 부양한 뒤 전환사채(CB)를 활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가 폭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M&A 시장서 알려진 온 씨가 쌍방울그룹 회사 사들인 구조…"평범한 M&A 아냐"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넥스턴은 지난 23일 미래산업 지분 10.59%를 2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미래산업 최대주주 광림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넥스턴바이오에 양도하는 거래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평범한 M&A 거래로 해석하지 않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양 사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온영두 측 회사가 양선길 측 회사를 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산업은 기존 쌍방울그룹의 상장사다. '광림→미래산업→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제이준코스메틱→광림'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쌍방울그룹을 이끄는 양선길 회장은 횡령배임과 대북송금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사촌 형이다.
넥스턴 측의 지배구조는 쌍방울그룹보다 복잡하다. 자회사가 자회사를 연이어 인수하고 명칭도 변경해 가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에스엘홀딩스컴퍼니→에스엘에너지(옛 세미콘라이트)→스튜디오산타클로스→넥스턴바이오(옛 넥스턴)→이브이첨단소재(옛 액트)→다이나믹디자인'의 지배구조를 가진다. 정점에 있는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온영두씨다. 그는 M&A 시장에 널리 알려진 온성준씨와 가족 관계다.
테마 타고 주가 급등하면 CB 전환청구권 행사 패턴 보여…결말은 주가 폭락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거쳐 가는 회사의 주가는 대개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넥스턴을 지배하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 12월 주가를 부양하겠다며 1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무상증자 결정 직후 제6, 9회차 사모 CB가 주식으로 전환 청구됐다고 공시했다. 총 52만5548주(38억원 가량)다. 그 결과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2000원대였으나 현재 650원대로 폭락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외에도 이브이첨단소재, 에스엘바이오닉스, 넥스턴 등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였다.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하면 CB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진다. 이후 주가는 급락한다.
미래산업도 최근 인수합병과 동시에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래산업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을 목적으로 150억원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눈여겨볼 점은 넥스턴이 해당 CB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넥스턴이 미래산업을 인수하고, 미래산업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넥스턴은 미래산업이 발행한 CB에 투자한다. 향후 미래산업의 주가가 오른다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산업 전환사채 건은 자금 대여 목적보다는 미래산업의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것이다"며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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