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정용화·현아·블핑…中 제재 또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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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5-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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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핑 콘서트 간 中연예인 '블랙리스트'

  • 들끓는 혐한…'한한령' 고수해라

  • 한·중 관계 '이상기류'냐···中 문화계 '손보기'냐

블랙핑크 '열혈팬'으로 알려진 중국 연예인 안젤라베이비는 얼마 전 마카오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에게 '매국노'라는 질타를 받았다. 아직 한한령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한류 스타 콘서트에 다녀온 것을 과시한 게 중국 연예인으로서 처신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26일 첫 방영을 앞뒀으나 돌연 6월로 연기됐다. '기술적 요인'이 이유라고는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게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블랙핑크 월드투어에 다녀온 중국 연예인 수십 명 이름이 포함된 ‘블랙리스트’가 떠돌고 이들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에 참석한 중국 연예인 명단.

최근 중국 온라인에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마카오 콘서트에 참석한 중국 유명인이 포함된 '블랙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사진=웨이보] 

블랙핑크 콘서트 참석 中연예인 '블랙리스트'···들끓는 혐한 감정
중국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혐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코로나 방역이 풀리고 국내 한류 연예인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중국 온라인에선 '한한령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한국 연예인이 왜 중국을 오느냐'며 한한령을 앞으로도 고수해 한국 연예인에 대해 방중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에서 한국 연예인 활동이나 한국 콘텐츠 방영이 금지돼 '보이지 않는 제재'로 여겨졌다. 중국 사회 특성상 정부 지침 내지 방향에 따라 중국 문화예술계가 한국 대중문화 유통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데 대해 이견이 많지 않다.
 
최근 한류스타 정용화도 중국 유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 새 오디션 프로그램인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갔지만 결국 출연이 불발돼 맨손으로 귀국했다. 누리꾼들이 정용화 출연 계획을 방송 주관 당국인 베이징 광전총국에 신고한 게 이유라고 중국 텅쉰망 등 온라인 매체들은 23일 보도했다. 다음 달 중순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가수 현아가 공연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했는데 현재 한·중 관계 악화 흐름 속에서 이 역시 불확실하다.

24일 중국 SNS 웨이보에서 진행된 중화권 인기스타로 떠오른 아이유에 대한 중국 내 활동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약 2만2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응답자 중 51%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도 차단됐다. 중국은 그동안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 일부 기능 접속은 차단했으나 검색 기능과 메일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해야만 네이버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접속 차단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중 관계 '이상기류'냐···中 문화계 손보기냐
이러한 현상은 공교롭게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타난 것이다. 최근 껄끄러운 한·중 관계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관영매체도 연일 친미 성향인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등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24일 '이것이 글로벌한 한국인가? 윤석열 집정 1년에 대한 회의'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중추국' 비전은 사실상 미국 외교정책의 중추국"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국가 이익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앞서 한국 외교 행보에 대해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고 비판하는 글을 게재해 주중 한국대사관이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이달 들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 연예인 공연도 취소한 바 있다. 지난 11일부터 중국 충칭·청두 등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이어가던 일본 ‘승려 가수’ 야쿠시지 간호는 17일 광저우에서 시작 30분 전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돼 팬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최 측은 상부에서 '불가항력적 이유'로 공연 중단을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G7 정상회의 개최국 일본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최근 중국 정부가 문화예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연관 짓기도 한다. 얼마 전 스탠딩 공연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발언을 패러디한 중국 코미디언 리하오스는 활동이 금지되고 소속사는 약 25억원에 달하는 벌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이후 중국 문화계에 대한 검열 단속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연 기획사들이 당국 눈치를 보면서 예정된 토크쇼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 술집에서 외국인 공연도 금지하는 분위기라고 RFA는 덧붙였다. 
 
중국이 금기시하는 톈안먼 사태 34주기(6월 4일)를 앞두고 당국은 사회 검열 통제 고삐도 조이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주석이 3연임 후 처음 맞는 톈안먼 사태 추모일이라 중국 당국이 인터넷 검열 통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19년 톈안먼 사태 30주기 전후에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 현상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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