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리 개입 부작용] 부동산 위험 美 닷컴 버블 붕괴 때와 유사...일본식 침체 돌입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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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5-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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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가격이 작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정부는 부동산 규제 관련 각종 완화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대책의 특징을 요약하면 부동산 가격 부양 정책과 IB(투자금융)에 대한 금융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상당히 유사한 흐름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회귀하며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다.
 
이후 단기적인 부동산 경기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관련 리스크는 복잡해졌고 변동성은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금리 개입으로 부동산 흐름이 뒤틀리면, 장기적 시장 위험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악의 경우, 일본식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불과 몇 개월 새 8%에서 4% 미만(변동금리 기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주담대에 대한 수요증가로 이어졌고,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전 세계 주요국의 주담대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정반대되는 흐름을 형성했다. 그 결과, 급하락이 불가피했던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20년도 수준에서 방어선을 형성했다.
 
이 효과로 단기적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는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키울 여지가 상당하다고 봤다. 일단 정부 압박에 따른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즉, 가격 상승을 바라는 투자자들이 다시금 대출을 통한 재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에는 이익 보존을 위해 관련 부실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한기평은 “이미 일부 금융사의 경우, 부동산금융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대하기 시작했다”라며 “사실상 일부 건설사의 모든 현장을 지원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단 금리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의 충분한 하락 유도와 금융기관의 빠른 손실 인식을 촉진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봤다.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련 위험 요인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중할 여지가 상당하다. 한기평은 위험성 높은 부동산 대출의 경우, 조기 손실 처리를 유도하는 게 현명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개입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고금리 시대에 예금은 줄고 대출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가격의 단기적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제공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가격 하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일본식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약 5년 동안 2~3배 급등한 후 1991년 가을부터 20년 넘게 장기 하락이 이어졌다.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긴 불황의 터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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