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빅테크 AI 기동전…'검색' 강화 MS 맞서 '협업' 힘 준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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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5-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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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AI 챗GPT 등장에 구글 검색 시장 지위 균열

  • MS, '프로메테우스' 모델로 빙 검색에 챗봇 적용

  • 웹브라우저, 운영체제, 업무용 솔루션 탑재 예고

  • 구글, 챗봇 모델 개량…업무·코딩 보조 기능 소개

  • 검색 분야는 MS 견제, 업무 솔루션 MS 추격할 듯

[그래픽=김효곤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일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전략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서로 경쟁자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을 파고드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앞서 MS가 AI 챗봇을 탑재한 최신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 구글은 AI 기술로 기업용 메일·문서 애플리케이션과 화상회의 등 협업 솔루션을 강화해 이 분야를 텃밭으로 삼아 온 MS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S 미국 본사는 지난 2월 초거대 AI 기반 챗봇을 검색 서비스 ‘빙(Bing)’과 웹브라우저 ‘에지(Edge)’의 신기능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MS가 ‘새로운 빙(New Bing)’이라고 소개한 이 검색 서비스는 이용자 요청에 따라 결과 요약, 설명, 재구성을 수행하고 발표·보고를 위한 콘텐츠 초안 작성을 돕는다. MS는 새로운 빙의 성능과 정확도가 작년 11월 출시된 오픈AI의 ‘챗GPT’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빙이 오픈AI의 GPT-4를 포함하는 초거대 AI 모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기반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MS는 3개월 전 AI 챗봇을 탑재한 새로운 빙과 에지 브라우저를 시범 서비스(preview)로 공개하고 나서 90일 동안 전 세계 이용자가 참여하는 채팅이 5억건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빙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1억명을 넘었고 빙 모바일 앱 일일 설치 건수는 4배 증가했으며 빙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시장 점유율과 에지의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라고 덧붙였다. MS는 최신 운영체제 ‘윈도11’ 작업표시줄(taskbar)에 새로운 빙 검색 및 AI 챗봇 대화 기능을 통합해 월 5억명 이상의 전 세계 윈도 이용자에게 이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MS는 그간 비공개 시범 서비스로 제공한 최신 AI 챗봇 기능을 공개 시범 서비스로 전환해 일반 이용자 누구나 새로운 빙 검색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향후 텍스트 전용 검색·채팅 기능에 이미지와 동영상 검색 결과를 포함해 제공하고, 창을 닫으면 삭제되는 일회성 AI 챗봇 기반 검색·채팅뿐 아니라 에지 브라우저 기반 채팅 기록 기능과 영구적인 채팅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MS는 이 전략을 중심으로 “차세대 AI 기반 빙과 에지의 시대를 열고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소프트웨어 범주라 할 수 있는 검색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색 의존도 높은 구글···챗GPT 이어 MS ‘새로운 빙’ 위협에 긴장

MS와 오픈AI를 필두로 빅테크 간 AI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동안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 4월 자료 기준으로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93%를 점유하고 있다. 2022년 알파벳 재무제표상 인터넷 검색, 네트워크 광고, 유튜브 영상 등을 축으로 하는 구글의 광고 사업(Google Services) 매출은 678억 달러(약 91조원)로 760억 달러(약 102조원)인 알파벳 전체 매출 가운데 89%를 책임지면서 타 사업 손실까지 메워 주고 있다.

구글은 사면초가 신세에 몰렸다. 이 회사는 앞서 오랫동안 높은 검색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경쟁 당국의 표적이 돼 있었다. 미국 연방정부에 검색 사업 분야에서 반독점 행위로 두 건의 소송을 당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및 검색광고 시장에 반경쟁적 전략을 사용했고' ‘디지털 광고 기술을 독점했다'고 판단해 2020년 10월과 올해 1월 두 건의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구글이 현지 시장에서 검색과 온라인 광고 시장 경쟁을 방해했다며 2017년과 2019년 과징금을 부과했다.

MS 행보는 검색 시장 선두를 달려 온 구글 지위에 작은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구글은 광고 사업 매출 부진에 영향을 주는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간 내부에서 반독점 규제의 칼날을 우선시하느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12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사내에 ‘적색경보(Code red)’를 발령하고, 당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던 오픈AI의 챗GPT가 구글 검색 사업에 가할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도록 지시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이후 구글도 내부적으로 이 같은 흐름에 경각심을 갖고 AI 중심 사업 전략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챗GPT 등장 후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람다(LaMDA)’로 작동하는 AI 챗봇 ‘바드(Bard)’를 올해 2월 소개하고 3월 21일 미국·영국 지역 인터넷 이용자에게 영어 대화만 가능한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사전 신청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1개월 만인 지난 4월 19일 구글은 이 시범 서비스를 한국에 먼저 출시했고 지난 10일부터 사전 신청 단계 없이 바로 쓸 수 있고 한국어도 지원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이날 미국 본사의 연례 콘퍼런스 ‘구글 I/O’에서 소개한 바드 새 버전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포함한 40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드는 작년 4월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팜(PaLM)’의 강화판인 ‘팜2(PaLM2)’로 작동한다. 바드는 이용자 질문에 알맞은 이미지를 답변 내용에 포함하거나 이용자가 이미지를 제시하며 던진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향후 구글 검색에도 적용돼 그 이튿날 이미지와 동영상의 특징과 내용을 이해하는 AI 기술을 결합한다고 발표한 MS의 빙 검색 서비스와 맞붙을 전망이다.

◆초거대 AI 접목한 업무용 솔루션으로 MS 추격 전기 마련 고심

구글 I/O에서 구글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발표를 통해 MS의 초거대 AI 기반 신기술 공세에 반격하기 위한 복안도 내놓았다.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이 콘퍼런스 키노트를 통해 25개 구글 제품에 팜2 기반 바드를 비롯한 초거대 AI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개인 소비자와 기업 이용자에게 AI 기술을 이용한 핵심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글의 메일 앱 ‘지메일(GMail)’과 오피스 앱 ‘문서도구(Docs)’에 메일과 문서 초안을 대신 작성해 주는 기능을 제공했고 이제 기업용 협업 솔루션으로 AI 기술을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협업 솔루션인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를 통해 이용자와 AI가 협업할 수 있는 신기능 ‘듀엣(Duet) AI’를 추가했다. 듀엣 AI는 이 워크스페이스에 포함된 구글 업무용 솔루션과 협업 도구 전반에 걸쳐 글쓰기, 자료 구성, 시각화를 위한 작업을 지원한다. 워크스페이스용 지메일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생성 AI 기능을 제공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제안한다. 슬라이드(Google Slide)는 간단한 설명을 입력하면 프레젠테이션용 이미지를 생성하고 시트(Google Sheets)는 자동 데이터 분류 등을 지원한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2006년 출시된 ‘구글 앱스 포 워크(Google Apps for Work)’와 이것이 2016년 이름을 바꾼 ‘구글 지스위트(G-Suite)’ 제품을 계승한 기업용 업무 솔루션이다. 제품 이용자 수와 공용 데이터 저장공간 용량에 따라 월간 또는 연간 이용료(구독료)를 해당 기업·기관에 과금한다. 구글 클라우드 브랜드로 기업과 공공기관, 교육기관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제품이다. 이는 MS가 제공하는 개인·학생용 솔루션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와 기업용 제품 ‘M365 비즈니스’가 선점한 수요를 노리고 있다.

M365는 MS가 PC용 설치·이용권(라이선스)을 판매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제품인 ‘MS 오피스’를 확장한 것이다. MS는 기존 MS 오피스 이용자를 M365 이용자로 흡수했다. 구글은 10년 넘게 MS 오피스 같은 설치형 소프트웨어 제품 기반 없이 클라우드 SaaS 제품 위주로 구성된 앱스, 지스위트, 워크스페이스를 앞세워 업무 솔루션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개인·학생용 제품 수요를 제외하면 뚜렷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2년 전 구글은 워크스페이스 이용자가 30억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유료 이용자 비율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MS에 밀리지 않는 AI 기술력을 앞세워 MS발(發) 검색 시장 위협에 맞서는 동시에 기업용 업무 솔루션, 협업 도구 제품 시장에서 MS에 맞서 입지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구글은 I/O 행사 발표를 통해 “구글 제품 중 15개는 5억명 이상 이용자와 기업에, 6개 제품은 20억명 이상 이용자에게 제공되고 있다”면서 “구글의 미션인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실현할 기회며 앞으로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AI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구글의 미션을 이끌어 갈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MS의 초거대 AI 활용 전략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선두권에 있는 아마존에도 자극을 줬다.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상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생성 AI 분야 솔루션 사업을 최근 강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초거대 AI 기술 발전이 빅테크 기업에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던 시장 입지를 흔드는 장면이 더욱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MS와 구글 사례처럼 기존 사업 영역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 지위에 타격을 주고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를 빼앗기 위한 움직임이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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