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라지는 섬 '투발루' 식량난..."채소·과일 키울 땅 없어 대만에 의존"

대만·투발루 수교 프로그램...'해피 프렌드십 가든' 등 농장 3곳 운영

토양, 담수 부족...해수면 상승에 해발고도 2m '환초'

뿌리식물 '풀라카' 탄수화물 공급원...육류 섭취 많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투발루 푸나푸티에 위치한 행복한 우정의 정원을 찾은 주민들이 채소들을 구매하기 위해 가방에 담고 있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우리에게는 땅이 없어 채소와 과일을 키울 공간이 없다. 토질조차도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남태평양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나라 투발루.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곳의 수도 푸나푸티 내 '해피 프렌드십 가든'(행복한 우정의 정원·Happy Friendship Garden)에서 만난 주민 세레타 타우보(64)의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 재배한 채소를 구매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씨에도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와 이름을 적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한 우정의 정원 전경.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주민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주 2회 채소·과일 구매 '유일한 통로'...㎏당 2.5호주달러

세레타는 "집 앞마당에서 채소를 기르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라며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 5시 반부터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곳의 채소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이 절반가량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이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가격은 ㎏당 2.5호주달러다. 30분 정도 지나자 마을 곳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동이 틀 무렵 대기 인원 수는 28명으로 늘었다. 오전 7시쯤 농장 담당자가 이름을 부르자 주민들은 줄을 서서 채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 농장을 담당하고 있는 제임스 첸(29)은 "행복한 우정의 정원은 대만과 투발루 간 수교프로그램의 하나"라며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투발루 주민에게 채소를 제공하고 재배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준비한 채소들은 양배추, 콩, 파파야, 오이 등으로 어제 수확했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다"며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약 80명 정도 더 왔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를 구입하는 날은 일주일에 두 번뿐이다"라며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에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준비한 채소가 소진되면 판매가 종료되기 때문에 채소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나흘을 더 기다려야 한다. 

투발루는 현재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년에 약 4㎜가량 상승해 9개의 산호섬 중 2개의 섬이 가라앉았다. 해발고도는 2m에 불과하다. 인구는 1만1000명 정도다. 섬이 환초(열대 고리 모양 섬·atoll)로 남아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투발루 푸나푸티에 위치한 행복한 우정의 정원에 판매용 채소들인 양배추와 콩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대만 ICDF 주관으로 투발루 푸나푸티에 조성된 'Happy friendship garden(행복한 우정의 정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각종 작물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투발루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채소 및 과일.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모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채소와 과일은 진열장에 있는 것이 전부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투발루,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흙·비료 대만서 공급"

주민들은 '풀라카'라고 불리는 뿌리식물을 섭취해 탄수화물을 공급받는다. 그 외 주요 식단은 고기와 생선이다. 생선을 제외한 고기는 대부분 냉동식품이며 작물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통조림을 많이 먹는다. 영양불균형 상태에 놓인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배가 나온 비만체형이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평균 수명은 대략 65세 정도다. 

이 농장은 투발루 주민들이 채소와 과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채소를 기르는 데 적합한 토양과 재배 기술은 현재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첸은 "흙과 비료, 농장 정원에 설치할 자재들을 1년에 한 번씩 대만에서 공수해오고 있다"며 "수송하는 데는 총 3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 곳은 현재 대만 국제협력 개발기금(ICDF)에서 주관하고 있다. 농장은 총 3곳으로 푸나푸티 섬에 2곳, 바이투푸 섬에 1곳이다. 현재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3년간 진행된다. 예산은 4776만6330대만달러다. 오는 2024년까지 푸나푸티 섬 채소 수요의 70%까지 공급하는 게 목표다.
 
다른 두 곳 중 하나인 바이투푸 '희망 정원(Hope Garden)'에서는 과일과 채소 재배기술을 지도하고 학교 단체급식과 섬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채소와 과일을 제공한다. 푸나팔라에는 과일과 채소 생산지역을 설치했다. 
 
필립 호웨스 투발루 유엔디피(UDNP) 컨설턴트는 "투발루는 현재 토양 오염과 담수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토양에 염분이 많고 담수가 없는 게 이 나라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