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입학생 '0명' 시대..."재택·유연근무제 활성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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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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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유연근무, 생산성·집중력 높여"

  • "근태관리 등 기업 입장 고민하는 작업 필요"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물론 출생아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하는 초등학교나 폐원하는 어린이집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이상 출산율 저하를 국가 차원의 과제로 꼽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는 15일 세계 가정의 날을 앞두고 일과 양육,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인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출산율과 생산가능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것에 비춰보면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활성화'와 '유연근무제 도입' 등 크게 두 가지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는 11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사단법인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과 공동으로 5‧15 세계 가정의 날 기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좌장은 신은선 여성변회 부회장이, 이현주 변호사(여성변회 총무이사)와 이은주 변호사(IHCF 여성분과장)가 각각 주제발표를 맡았다. 지정토론에는 장현석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 과장, 이보미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일‧생활균형지원팀 팀장,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등이 참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택근무 활성화해야...도입 기업에 세제 지원 필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마련,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 출산율 및 잠재성장률은 꾸준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번 간담회의 문제의식이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으로 나타났다. 여성변회는 "OECD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계속 감소해 2030년 이후에는 1.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출산‧고령 사회 기본계획의 핵심인 일‧가정 양립지원 정책에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라며 간담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현주 변호사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육아기(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희망하면 회사는 연장근로 제한, 근로시간 단축, 탄력적 근무 등 근로시간 조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금전적‧인력적 측면에서 제도 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시각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제도를 활용할 경우 승진 및 고용 유지 등에 영향이 있었고, 더 나아가 퇴사를 권유받기도 했다. 대체인력을 채용해 공백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또한 어려움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본지가 단독 보도한 네이버 워킹맘 극단선택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단독] 네이버 개발자 극단적 선택..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수사 착수)

이 변호사는 "육아기 단축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액을 보전하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유일하고, 사업주에 대한 지원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 촉진 지원법'을 제정해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는 것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업무공간 축소 등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절약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실효성 있는 재택근무 도입을 위해서는 사업장에 세제 지원, 컨설팅 지원,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등 재택근무로 인한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또 개별부처나 사업별로 분산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제도를 갖추기 위해 재택근무 지원 촉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학자 회장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비롯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취업부모가 많다"며 "실효성 있는 재택근무의 도입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수연 기자는 "활발히 활용되려면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주에 대한 세제 지원은 보다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이 될 것"이라며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어 재택이 가능한 직군을 분류하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근무제, 5인 미만 기업으로 갈수록 활용도 적다"
이미 도입된 각종 유연근무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유연근무제에는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이 있다. 이은주 변호사는 "임금체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유연한 근무형태의 적극적 도입은 일‧가정 양립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유연근무 트렌드를 보여주는 설문조사인 퓨처포럼펄스(Future Forum Pulse)에 따르면 유연근무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업무시간의 유연성을 가진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생산성이 39% 더 높고 업무 집중력은 6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부터 5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으로 갈수록 제도 도입률 및 활용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300인 이상 기업은 시간선택제 53.4%, 시차출퇴근제 58.1%, 선택근무제 44.3%, 원격근무제 36.3%, 재택근무제 50.7%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반면, 5인 미만 기업의 경우 각각 22.3%, 26.5%, 23.3%, 22.2%, 27.1% 수준으로 도입했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에 대한 홍보 활동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5인‧1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과 대기업 간 제도 인지 및 활용 격차를 완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보미 팀장도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기업 규모 간 격차를 완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5인 미만 기업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장현석 과장은 "여러 종류의 유연근무제가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다가 원격근무를 하기도 하는 등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노사 간의 균형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근로자는 선호하지만 기업은 견해가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연근무를 활용하기 어려운 기업의 경우 기업 내 갈등이 발생할 우려 때문에 아예 도입을 안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태관리의 어려움 등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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