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잡음 없는' 최저임금 논의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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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3-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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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앞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년 반복되는 클리셰 같은데···."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파행하자 취재원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논의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회의장에는 각자 주장만 있을 뿐, 근로자의 생존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5월 2일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 큰 화두는 시급 기준 1만원을 넘길지다.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고물가에 실질임금 수준이 떨어졌다며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올해는 유독 '을(乙)들의 전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먼저 나섰다. 소공연은 "2024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과 달리 소상공인은 지급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미 상당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저임금위는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9명, 노동계 측인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입장이 매년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중재안이 채택되곤 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의견을 중재하기 위해 공익위원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올해 노동계 인사들은 '주 69시간제'를 만든 미래시장노동연구회 좌장이었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공익위원직 사퇴를 요구한다. "정부 입장에 편향된 사람이 어떻게 중립적인 공익위원의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양대노총에선 이렇게 반문한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노동전문가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추천 과정을 손봐야 할 시기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3자로 구성된 또 다른 합의체인 중앙노동위원회를 예로 들 수 있다. 중노위는 노동위원회위원장과 노동조합, 사용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이들 중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사람을 공익위원으로 위촉한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도 근로자와 사용자 측이 각각 추천한 공익위원으로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는 파행 책임을 상대 탓으로 돌리기만 했을 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없었다. 

최저임금제도가 탄생한 지 35년이 됐다. 지금이 최저임금 논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내달 2일 다시 열리는 최저임금 논의 자리에선 근로자 생존권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을 진중하게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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