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대한민국號 '지방'으로 기수를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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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입력 2023-04-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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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택환 경기대 교수]


# 장면 1.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비타당성 기준을 완화하는 번개 같은 ‘여야 협잡’으로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다. 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은 이미 유명하다.”

# 장면 2.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이 지역 인구 소멸이다. 한때 3000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22명으로 급감했다. 대한민국 균형발전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

전자는 서울 서초구 출신 국민의힘 소속 윤희숙 전 의원이 대구·경북과 호남 지역 신공항 사업에 대해 라디오 방송과 본인 소셜미디어에서 말한 내용이다. 후자는 필자 고향인 경북 의성 다인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지역 인사들이 말한 내용이다.

서울공화국 vs 지역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신공항 관련 가짜뉴스 차단이 필요하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영호남 공항 2조원 예타 면제와 고추 말리는 공항 건설은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실제 군 공항 이전은 기부대여양여 방식이라 예타 자체가 필요없다”면서 “신공항은 군사력 보강과 더불어 세계 관광·물류기지”라고 설명했다.

그럼 대한민국 국제공항 현황과 산업 강국이자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의 국제공황 현황은 어떠할까?
이에 대해 조사했다. 먼저 인구 5100만명인 대한민국에 이른바 국제공항 이름을 붙인 곳이 수도권인 인천 영종도, 김포를 포함해 김해, 대구, 제주, 청주, 양양, 무안 등 8곳이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영종도, 김포, 제주, 김해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들은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부 공항은 무늬만 국제공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구가 3억명을 넘는 미국은 뉴욕, 워싱턴DC, 댈러스 등 45곳에 국제공항이 있고, 인구 8000만명인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뮌헨, 베를린 등 10곳에 국제공항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공항과 미국·독일의 국제공항을 활주로 등 시설 크기와 규모를 비교하면 한국은 영종도와 김포 등 2곳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6·25전쟁 이후에 공항이 도시에 군 공항과 함께 건설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대구·광주 400만 시민이 아직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독일에서는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데 환경 문제 때문이다.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영호남 지역에서 신공항 건설은 생존의 문제이자 신산업 부흥과 직결되기 때문에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신공항 건설은 정상적이고 글로벌 트렌드다. 신도시 건설처럼 신공항 건설을 통해 지역 생태계와 신경제를 도모할 수 있다. 서울공화국 및 시장정글자본주의 시각에서는 착시로 신공항 추진을 ‘고추 말리는 낭비’로 보게 된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력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필자가 거주한 미국과 독일은 국제공항과 관련해 ‘2문(door)’+‘500만명’이라는 개념이 있다. 국제공항 건설 기준으로 인구 약 500만명이 문 2개만 통과하면 바로 해외로 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말한다. 집 문을 열고 열차나 자동차로 바로 국제공항 탑승구를 통과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게 편리한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또한 관광객뿐 아니라 물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2차 산업혁명 시대 중화학공업 생산품은 용량이 커 배로 많이 수송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비행기 물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백신 등 크기가 작고 빨리 수송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호남에 신공항을 추진하는 이유는 신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신공항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 전국 균형발전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이다.

독일은 중추공항이 수도인 베를린에 있지 않고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통일 이후 수도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했지만 중추공항은 그대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국제공항뿐만 아니라 함부르크, 뒤셀도르프 등 10개 국제공항 외에 카셀 등 많은 중소 도시에도 소형 국제공항들이 있다. 유럽 통합과 더불어 세계화 시대에 수출입 경제가 중심인 독일에서 국제공항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시 독일처럼 수출입이 차지하는 경제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신공항 정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그럼 영호남에 왜 신공항이 필요할까?
가장 큰 원인은 오히려 ‘서울공화국’에 있다. 대한민국 교육이 지방대 문제보다 서울대 문제이듯이, 국제공항 역시 서울 인근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고가 문제다. 권력기관 대통령실과 국회, 4대 대기업 본사, 서울대·육사 등 국립대, KBS·MBC 공영방송 등 정치·경제·교육·언론·문화권력 등이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선진국 클럽인 OECD 국가 중 이렇게 획일적이고 한 곳에 국가 핵심 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은 지방 소멸로 진입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7000명, 광주에서 6000명 이상 청년들이 서울과 경기도로 이주해왔다. 지방보다 서울과 경기에 교육 환경과 좋은 직장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율 0.4명 이하인 서울강남공화국으로는 희망이 없다. 0.78명이라는 초저출산에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안고서는 미래로 전진할 수가 없다. 선진국 미국·독일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도 없고, 수도권공화국이라는 개념도 없다.

그럼 독일에서 어떻게 지역 신국제공항 건설을 장려하고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먼저 헌법 사항이다. 독일 헌법(기본법) 제20조에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분권인 연방국가로서 균형발전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50조에 협치 상징인 ‘분데스라트(Bundesrat)', 연방참사원으로 독일식 상원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미국 상원 및 일본 참의원과 비교할 수 있지만 차이는 미국·일본은 직접 선출하는 반면 독일은 간접선거, 광역단체가 대표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비교할 수 있다.

차이는 독일 참사원은 헌법기관이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참사원 구성원은 총 69명으로 각 주·시 인구에 따라 인구 700만명 이상인 바이에른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6명, 600만명 이상인 헤센주는 5명, 200만명 이상인 베를린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4명, 그 이하인 브레멘시, 함부르크시, 자를란트주 등은 3명을 두고 있다. 참사원의 권한은 독일 연방의회(하원)에서 만들어진 법률, 즉 국민 기본권이나 각 주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재정, 입법, 개헌에 대한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면 참사원에서 심의하고, 이를 가결 혹은 부결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국과 비교하면 국회는 하원이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상원이다.

또한 연방참사원은 대통령 선출권, 연방최고법원 대법관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등을 갖는다. 정부 장관과 구성원은 참사원 심의 요청에 응해야 하고 상시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연방하원과 정부는 상원인 연방참사원 심의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전국 균형발전을 최우선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일 경제생태계의 다양성 확보와 더불어 각 주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국가 신성장동력을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지방 소멸을 넘어 대한민국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한민국호의 뱃머리를 돌려야 희망이 있다. 근본적인 시작은 ‘원 포인트 헌법 개정’으로 독일처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상원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분권과 전국 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 독일 헌법을 대입하면 현재 ‘서울공화국은 위헌’이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중요 권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자유와 더불어 평등과 연대(보충성 원칙)를 실현하는 공동체다.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는 곳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이 선진국가의 핵심 임무다.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는 어디서 태어나든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동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이 구축돼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위헌’이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시대’ 슬로건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독일처럼 헌법재판소·대법원 등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본사, KBS, 육군사관학교 등이 경북 안동 혹은 의성 등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국회, 현대자동차, MBC, 서울대 등 또 다른 권력기관과 대기업 본사들이 호남과 충청 등 지역으로 이전해야 해당 지역들도 우리 헌법 10조가 명시한 광의의 ‘행복추구권’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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