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못 가는 이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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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아주로앤피 편집위원
입력 2023-04-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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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산업은행법 4조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 정치권, 부산 지역 vs 노동조합 갈등 첨예

[아주로앤피]

[사진=산은]

“부산으로 옮기자” vs “절대 못 간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 특히 산업 부흥과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여권과 부산·경남지역 정치인, 지역 단체들은 공격적으로 추진하려 하지만 산은 직원들과 금융권 일부에서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은 이유는 단순히 양측 세력의 힘겨루기, 정치적 결단이 아닌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3대 국책은행, 법 조항에 “본점은 서울특별시”
KDB산업은행은 대주주가 기획재정부(91.80%)이고, 주요 주주는 국토교통부(6.63%) 산업통상자원부(0.97%), 해양수산부(0.60%)다.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책은행, 정부의 산업정책을 위한 금융 지원을 하는 핵심기관이다. 그 중요성은 별도로 만들어진 한국산업은행법 1조에 나와 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의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는 한국산업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이유로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대놓고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할 수 있다. 현 강석훈 회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인사가 만사'인 점에서 산업은행의 주요 결정에 정치권과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다.
 
하지만 정부가 마음대로 못하는 게 있다. 바로 본점 이전이다.

현재 산은 본점 주소지는 서울시 영등포구 은행로 14. 대한민국 정치와 금융 중심지 여의도 한복판, 여의도공원과 맞닿은 요지 중의 요지에 있다. 그런데 이 본점의 위치는 법에 정해져 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 ①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

 
그래서 대통령 공약이더라도 산은 본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산은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책은행인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도 각각 별도 법에 ‘본점=서울’이 규정돼 있다.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
지방분권 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국회 입법 절차가 조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산업은행 이전은 행정절차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산업은행법 제4조를 변경해야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완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앞선 지난 12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부산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유망 신산업 육성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디지털·그린산업 전환에 필요한 정책금융 공급 △동남권 투자금융센터 신설 △해양산업 성장동력 확충 등 동남권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특히 “산업은행법 조항을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으면 부산 이전은 어렵다. 법 개정에 대비해 어떻게 하면 이전을 잘 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며 덧붙였다.
 
◆노조 “결사 반대”…야권은 지역 따라 입장 차
산업은행 직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본점의 ‘탈서울’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역할인데, 부산으로 이전하면 오히려 악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 등 외부 기관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동반해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김한규, 김영호, 임오경, 이수진, 김주영 의원이 참석, 노조와 뜻을 같이했다. 서울 포함 수도권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부산·경남 지역 야당 정치인들은 부산 이전을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보다는 지역, 금융업종 이슈가 되는 모양새다. 부산 지역 의원들 중심으로 산은법 4조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법이 상정되고 통과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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