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퍼트로 시작해…우주 기운으로 마스터스 우승한 욘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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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이동훈 기자
입력 2023-04-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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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시간 4월 9일 우승

  • 西 전설 생일·캐디 번호 49 등

  • 마스터스·US 오픈 우승한 첫 유럽 선수

  • 1R 1H 더블 보기 우승은 1952년 이후 처음

그린 재킷을 입는 욘 람(중앙).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1번 홀.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 달러)에 초청된 88명 중 한 명인 스페인의 욘 람이 그린 위에 섰다. 40피트(12m) 남은 버디 퍼트. 

버디 퍼트는 홀을 8피트(2.4m) 지나갔다. 파 퍼트는 5피트(1.5m), 보기 퍼트는 3피트(0.9m) 지나쳤다. 들어가지 않는 공에 진땀이 났다. 라인을 한 번 가리키더니 손으로 땀을 닦았다. 영락없이 당황한 모습이다. 4퍼트로 간신히 홀 아웃했다. 더블 보기.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은 "우승하기 쉽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람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실수를 발판으로 삼았다.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만회했다. 7언더파 65타. 2라운드는 3언더파 69타로 기세를 이었지만,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주춤했다.

선두인 미국의 브룩스 켑카에게 다가가기에는 역부족 같았다. 최종 4라운드는 9일 오후에 진행됐다. 오전에는 악천후로 순연된 잔여 3라운드를 소화했다.

대회장을 흐리게 하던 구름이 걷혔다. 해가 화창하게 떴다. 해와 함께 람이 떠올랐다. 람이 떠오르자, 켑카가 가라앉았다. 람은 점수를 줄였고, 켑카는 점수를 늘렸다.

3번 홀에 이어 8번 홀 버디를 기록했다. 9번 홀 보기를 범했지만 13번 홀과 14번 홀 버디 2개로 우승을 자축했다. 18번 홀 파 퍼트를 성공시킨 람은 두 팔을 벌려 우승 기분을 만끽했다.

이날 람은 3언더파 69타,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2위 그룹(8언더파 280타)을 형성한 켑카와 필 미컬슨을 4타 차로 눌렀다.

우승 상금은 324만 달러(약 42억원)다. 부상으로는 클럽하우스 모형의 우승컵과 마스터스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받았다.

이 대회 우승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1승을 쌓았다. 메이저 우승은 2021년 US 오픈에 이어 두 번째다.
 

재킷을 입고 우승컵을 든 욘 람. [사진=AP·연합뉴스]


역사상 US 오픈과 마스터스를 동시에 석권한 유럽 선수는 없었다. 람이 처음이다.

람은 1라운드 1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고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이는 1952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미국의 샘 스니드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4월 9일)은 스페인 골프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다. 바예스테로스는 마스터스 2회, 디 오픈 챔피언십 3회 우승을 기록했다. 바예스테로스는 2011년 5월 7일 향년 54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생존해 있었다면 오늘이 66번째 생일이다. 

람의 캐디 번호는 49번이었다. 우승일(4월 9일)과 비슷하다. 게다가 이날은 스페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활절 일요일이다.

람의 큰아들(케파 카힐 람)은 2021년 마스터스를 앞둔 4월 3일에 태어났다. 마스터스 주간 월요일은 큰아들의 생일이었다.

람은 "역사를 만들었다. 최초의 유럽인이다. 우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바예스테로스는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1997년 아버지와 함께 라이더컵에 갔을 때 매료됐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 1994년과 1999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이 그린 재킷을 입고 람을 끌어안았다.

당시를 떠올리던 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나에게 '새로운 첫 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둘 다 바예스테로스에 대해 언급했다. 10초만 더 대화했으면 우리 둘 다 울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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