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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국제 금값을 자극했다. 1온스당 2000달러를 넘는 등 강세를 보이자 관련 상품들도 덩달아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잇달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금값의 상승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7.80달러(1.9%) 급등한 온스당 2038.20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 3일 2000.40달러를 기록하며 2000달러를 돌파했다.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 2022년 3월 8일 기록한 2040.10달러 이후 1년여 만이다.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상품들도 강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이날 금 현물 가격은 1그램당 1.86%(1550원) 오른 8만498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한국거래소에서 금 현물거래가 처음으로 시작된 지난 2014년 3월 24일 이래 최고가다.
관련 ETF들도 강세를 보였다.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과 ‘삼성 KRX 금현물 ETN’은 각각 장중 2만1340원, 1만4825를 기록하며 전고점을 경신했고 ‘미래에셋 KRX금현물 Auto-KO-C 2312-01 ETN’도 1만286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또한 ‘신한 금 선물 ETN(H)’은 1만5150원, ‘삼성 금 선물 ETN(H)’ 1만1055원, ‘TRUE 금 선물 ETN’ 1만2620원, ‘KB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 1만2840원, ‘메리츠 금 선물 ETN(H)’ 1만1025원 등도 신고가로 장을 마쳤다.
금 가격의 이 같은 강세는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월 미국 JOLTs(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2월 구인자수는 993만1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1056만3000건을 하회했다. 채용공고가 1000만건 이하로 떨어진 건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삼성선물은 미국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해고와 더불어 최근 은행 시스템 불안에 따른 신용경색이 고용 시장 전반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2월 채용공고는 990만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1000만건을 밑돌았고, 전일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을 기록하면서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 금 가격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알렉산더 줌페(Alexander Zumpfe) 헤라우스 귀금속 딜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금 가격은 강세를 유지하고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50달러 선은 중요한 저항 수준으로 이를 돌파하면 가격이 빠르게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권 불안이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경기 연착륙 가능성도 함께 낮아졌다”면서 “은행 사태는 불확실성과 신용의 경로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에 대한 비용이 늘어날수록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 심리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금에 대한 관심을 중장기적으로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침체기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여왔던 금의 성가로 인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금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무역 마찰과 같은 정치적 역학도 금 수요를 자극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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