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취준생 잔혹사] '음대부심'은 옛말... 사면초가 음대생 "음악과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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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언 인턴기자
입력 2023-03-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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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대 전공자 100명 중 8명만 관련직 취업

  • 졸업까지 수천만원 들지만 실상은 졸업 후 '최저시급'도 못 받아

  • 전문가 "연주자만 고집하기보다 2·3차 관련직 늘어나야"

웹 예능 'SNL코리아'의 인기 코너 'MZ오피스'에서 주현영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신입사원의 무책임·무개념 회사 적응기를 보여주며 풍자한다.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지만 이미 다수의 대중매체는 MZ세대를 '고생 안 하고 편하게 살고 있는 나약한 계층'으로 그리곤 한다.

좀 더 들여다보면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에 허덕이면서도 가치관과 맞지 않은 구시대적 기업문화에 적응하려 애쓰는 그들만의 사정과 맞닥트리게 된다. 이에 본지는 이른바 'MZ 취준생'이 겪는 취업난의 실상을 파헤쳐보고,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


"음악 하나만 보고 십수년 넘게 뼈 빠지게 고생하고, 수천만원의 돈을 쏟아부었는데 관련 직업 하나 못 가진다니,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 듭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공강 시간을 이용해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있는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음악 관련 전문직에 몸담고 싶었던 조민정(28·가명)씨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민정씨는 3년 전 대학을 졸업했지만 현재 음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대학 졸업까지 최소 5000만원, 남는 건 한숨뿐..."
취업포털 커리어넷의 '2019년 음악과 졸업생 첫 직장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음악계가 위축되기 전이었지만 전체 졸업생 중 음악 관련 직종인 예술·방송직 취업은 단 7.7%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이 공부한 음악 전공을 살려 직장을 얻은 졸업생이 100명 가운데 고작 8명도 안 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음악학과 취업률이 주저앉기 시작한 2020년 전국 대학 음악과 취업률은 평균 59.6%로 같은 해 대졸 평균 취업률 65.1%보다 5.5%p 낮았다. 음대 졸업생은 임금에서마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개인 편차도 있지만 2019년 음악과 졸업생 월평균 임금은 159만원으로 같은 해 최저임금(주 40시간) 174만원보다 약 8.6%p 적었다.

민정씨는 음대 학사 학위로만 전공을 살리기에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관련직에 취업하려면  대학원이나 해외 유학은 가야 유리한데, 결국 비용이 문제다. 

한 해 등록금만 900만원 넘게 냈던 민정씨는 등록금 외에도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았다. 졸업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음악 공연을 관람해야 했고, 음악 작곡에 필요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직접 공연해야 하는 상황에선 의상·헤어 비용은 물론 가수·연주자까지 섭외하는 데 한 달에 적어도 100만원가량이 들었다. 그렇게 등록금과 부대 비용을 합쳐 1년에 최소 1200만~1300만원을 썼다.

현재 민정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전공과 동떨어진 직장을 택한 이유는 결국 관련 학과 취업이 힘들어서다. 그만큼 민정씨가 청춘을 바친 음악은 현재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한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입시부터 대학 졸업까지 5000만원 이상 썼어요. 졸업 후에도 음악 일을 하려 시간을 많이 허비한 탓에 쓴 돈을 조금도 다시 채워 넣지 못하고 있답니다. 음악만을 잡고 있긴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정씨는 음악 관련 진로를 찾는 데 대학의 도움도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대학은 취업률이 밥줄과 다름없는데, 민정씨가 다녔던 음대는 상대적으로 취업이랑 거리가 떨어져 있어 대학에서 학과 자체를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도 기준으로 수도권 16개 대학에서 31개 학과가 신설됐는데, 그중 27개가 이공계였다. 반면 음대는 2022년까지 6개 대학에서 폐과, 3개 대학이 준 폐과로 분류했다.

코로나 장기화도 음대생의 취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2021년에 발표한 '대중음악계 코로나19 피해 실태'에 따르면 조사 참여 30개 업체의 2020년 총매출은 약 76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339억원 대비 263억원(78%↓)이나 감소한 수치다. 그 사이 자연스레 고용률은 급감했고 직원도 30% 이상 줄었다.
 
전문가 "음악 예술 관련 직군 늘리는 등 지원사업 넓혀야"
민정씨는 음대의 취업난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선 학부 때 들였던 2~3배의 비용을 들여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 유학을 가야 하는 관행이 불문율이 돼버려서다. 학부만 졸업해도 관련 직업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교수와 대학 취업지원센터의 취업 지원은 이를 온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부와 음악 관련 기관도 대책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한국음악협회 등과 함께 민정씨와 같이 코로나로 장기간 수입을 얻지 못해 경제적 피해를 본 예술인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중음악인 지원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신진 예술인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을 벌인다. 

이기정 세종대 음악과 교수는 "최근의 음악계가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돼 있어 전공자라 할지라도 대우받으며 일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대학에선 학생에게 연주자로만 직업을 택할 게 아니라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2·3차 관련 직업군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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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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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에는 화려하고 성공한 사람들만 나와서 그렇지 그런사람들은 음악하는 사람들중에 극소수죠 성공한 사람만 보고 도전하지만 실상은 빚만남고 시간까지 버리게되는 가슴아픈 현실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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