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공표' 아닌 즉흥적 답변"…이재명 첫 재판, 허위사실 공표죄 놓고 '법리 싸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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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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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서초동에 집중됐다. 첫 공판인 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재판은 약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이 대표 측과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의 법리와 '아는 사이라는 증거'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대표는 앞서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때와 달리 출석부터 재판 내내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을 받는다.
 
"몇 번 봤다고 아는 사이?...혐의 구성요건도 충족 안 돼"
첫 공판에서 주요 쟁점이 된 부분은 '아는 사이'의 판단 기준이었다. 이 대표 측은 재판 내내 검찰의 공소사실은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어느 부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상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요건에서 공표 대상은 인식이나 주관적 의사 등이 아닌 '사실'을 말한다. 이 대표 측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대선 기간 당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것은 시간과 공간이 특정되는 구체적 사실을 말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관적 인식에 불과하기 때문에 범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대표 변호인은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기준을 모르겠다. '사람을 안다'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평가적인 요소가 있다"며 "한 번만 봤어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은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흥적 문답은 '공표' 해당 안 돼"...대법원 판례도 언급
이 대표가 2021년 12월 SBS, CBS, KBS 등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생방송 중 이뤄진 즉흥적 답변"이라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앞서 이 대표는 방송사 초청 공직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7월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은 "토론회와 방송 대담 등 즉흥적 이야기를 말한 것은 공표에 해당하기 어렵고, 이것까지 공표로 의율하면 굉장히 힘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법원 판결 당시 논의됐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시장님과 골프 쳤어"…검찰, '친분 두터운 사이' 증거 쏟아내
검찰은 다수의 증거를 제시하며 "김 전 처장과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해외 출장 당시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제시하고, 김 전 처장이 가족들에게 출장 일과를 알려주며 찍은 동영상 12개도 재생했다. 김 전 처장이 가족들에게 보낸 동영상에는 "오늘 시장님, 본부장님이랑 골프까지 쳤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 대표의 연락처 내역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연락처가 '이재명 시장', '이재명 지사님' 등 2개가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이재명 시장'이라고 번호를 저장한 내역을 봤을 때,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는 2009년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김 전 처장은 2015년 1월 뉴질랜드 출장 당시 함께 골프 라운딩을 가거나 바다낚시 등을 했다"며 "김 전 처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 직후 4차례 피고인과 동반 출장 내지 여행을 다녀온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 측이 향후 재판에서도 허위사실 공표죄 관련해 검찰과 법리 싸움을 팽팽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는 이미 허위사실 공표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발언은 친형 강제입원 발언 때와 달리 방송사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 마냥 '즉흥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만은 없어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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