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위기의 한국 반도체, 중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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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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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다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위기가 가속되면서 거의 모든 나라가 누군가와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는 제품을 잘 만들어서 싸게 팔면 성공을 거뒀는데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어느 나라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외국기업이 소유한 생산시설의 경우에는 개별 심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미국 정부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유예 조치를 통보했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보조금 390억 달러(약 50조원)를 지급하는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하며 미국 정부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넣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신냉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진영이 40년 이상 광범위한 무역·투자 등의 금지 조치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진행하는 일련의 제재 조치의 속도와 강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냉전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나 '안미경중(安美經中)' 같은 한가로운 판단을 유지할 상황이 아니다.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와 중국의 신뢰도 부족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내려야 할 때다. 물론 중국과의 결별은 물론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손실이 무서워 결별에 대한 대비책을 금기시한다면 향후 갑작스레 중국과 헤어져야 할 상황에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 결별을 전제로 진지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윤동 산업부 차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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