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1년 ②] "에너지가 안보" 뼈저린 교훈…녹색 전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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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2-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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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재생에너지 시대 열다

  • IEA "재생에너지, 2025년 최대 발전원"

 

불과 3년 전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기후변화는 허구'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어느 나라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틀어쥐고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전쟁 2주 만에 130달러까지 치솟으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에 ‘에너지는 안보’라는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주요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국가 안보에 필수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쟁, 재생에너지 시대 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전쟁이 에너지 시장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봤다. 전쟁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시장과 기후변화에 깊은 상처를 입혔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 S&P 글로벌 부회장은 “러시아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승자”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에너지 초강대국으로서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헐떡이는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1년간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일부 국가들은 석탄으로 눈을 돌렸다. 독일 뤼체라트 마을은 세계 에너지 위기를 상징한다. 독일 정부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뤼체라트 마을에 대해 석탄 채굴을 허용하자 전 세계 기후활동가들은 해당 지역을 점거하고 석탄 채굴을 막았다. 에너지난에 직면한 독일은 시위대를 끌어냈고 뤼체라트는 현재 석탄 채굴을 기다리며 텅 비어 있다.
 
석탄 수요는 2013년 최고조에 달한 뒤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판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사상 처음으로 80억톤(t)을 넘겼다.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유럽과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 전력회사들은 석탄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을 일부 재개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이 수많은 국가에 대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부추겼다는 점이다. 석탄·가스·석유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치솟으면서 재생에너지가 전략적·경제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에너지 위협에 노출된 유럽 다수 국가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 설비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은 작년에 석탄 채굴을 지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계획을 수립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보조금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녹색 기술에 3700억 달러(약 48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할당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청정 기술 기업에 최소 2500억 유로를 제공하기로 하고, EU 내에 설치된 태양열 에너지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시기를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
 
독일은 작년 7월 2030년까지 도달할 재생에너지 비중을 65%에서 80%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작년 6월 발표한 에너지 5개년 계획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비중(2025년까지 33%) 목표를 설정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에너지정책관이었던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 세계 에너지 정책 센터장은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했다”며 “단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IEA "재생에너지, 2025년 최대 발전원" 
재생에너지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점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앞당긴다고 분석했다. 작년 세계경제의 에너지 집약도(생산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는 2% 감소하며 10년 만에 가장 빠른 개선 속도를 보였다. 정부, 가정, 기업은 에너지 효율에 5600억 달러를 지출했고 이 중 상당수 금액이 전기차 부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지난해 풍력·태양열 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본 지출은 49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신규와 기존 유정·가스정에 대한 투자를 능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에 재생에너지가 세계 발전량에서 35%를 차지하며 최대 발전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앞으로 3년 동안 추가 전력 수요 가운데 평균 90% 이상을 충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탄소 배출량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태드는 애초 2020년대 후반이나 2030년대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2025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최근 변화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온도 상승 폭을 2도 정도로 제한하는 가능성은 높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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