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질오염 방지'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 잇단 시행...자체 소각으로 대기오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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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수습기자
입력 2023-02-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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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길가 하수구가 버려진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질오염 원인인 담배꽁초를 수거해온 주민에게 보상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수거한 담배꽁초를 소각 처리하면서 유해 물질이 발생해 대기 오염이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경을 우선순위에 두고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 사업을 시행하는 전국 지자체는 23일 기준 총 5곳이다. 서울에선 도봉구·성동구·용산구, 충북에선 청주시 서원구, 광주에선 광산구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관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구민이 버려진 꽁초를 주워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g당 30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질오염 원인이 되고 도시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해 최소 64억ℓ 수질오염···미세 플라스틱·니코틴 바다로
담배꽁초는 심각한 수질오염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담배 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다. 이것이 분해되는 데는 실외에서 최소 10년, 바다에서 100년 걸린다. 시간도 문제지만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오염을 유발하고 바다생물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질오염은 미세 플라스틱에서 그치지 않는다. 담배꽁초엔 최대 4000개에 달하는 독성물질과 A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비롯한 43가지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특히 미생물을 파괴하는 니코틴이 담배 한 개비에 평균 2㎎ 함유돼 있다. 이 같은 꽁초 속 독성물질은 빗물에 30분 이내에 녹아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 꽁초 1개당 물 40ℓ를 오염시킨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하루에 담배꽁초가 약 1246만개 길에 버려진다. 이 중 최소 45만~최대 231만개가 하천과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으로 추정하면 약 1억6000만~8억4000만개다. 한 해 동안 버려진 담배꽁초로 최소 64억ℓ에 달하는 물이 오염되는 셈이다.
 
담배꽁초 소각 시 대기오염···"경제성 부족해도 재활용 시스템 지원해야" 
문제는 담배꽁초를 처리할 재활용 시스템이 없는 지자체들이 이를 자체 폐기해 소각하면서 대기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거보상제를 시행한 서울 강북구청·용산구청·도봉구청 모두 수거한 담배꽁초를 일반쓰레기로 태웠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비닐크롤라이드 등 담배가 가진 독성물질이 대기 중에 배출된다.
 
환경 전문가 A씨는 “담배꽁초를 소각하면 다이옥신과 일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발생시켜 대기가 오염된다”며 “(수거사업으로) 하천·해양 등 수질오염이 줄지만 대기오염이 늘어 오염 총량 자체는 변하지 않거나 미미하게 줄어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도 “담배꽁초를 소각처리하면 담배 안에 있는 유해물질이 주변으로 나올 위험이 있다”며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배제조부산물)을 사용해 비료를 만들어 많은 주민들이 암에 걸렸던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각처리에 드는 비용 때문에 사업 지속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쓰레기 1톤을 소각하는 데 386만원이 든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실시한 서울 강북구청은 g당 20원으로 월간 3㎏(6만원) 한도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하반기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수거한 담배꽁초를 꼭 태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스타트업 차오메고(Tchao Megot)는 담배꽁초를 업사이클링(새활용·버려진 제품에 새 가치를 더해 다른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해 패딩재킷을 만들고 있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담배꽁초를 퇴비와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고 인도에서는 담배꽁초 필터 부분을 솜으로 만들어 인형 속을 채우는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좌절됐다. 환경부는 2021년 9월 강북구와 협업해 꽁초를 수거하고 플라스틱 필터를 가구나 벽돌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시도했다. 그러나 담배꽁초에서 플라스틱 필터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A씨는 “최근 '한국흡연문화개선 환경협회'에서 담배꽁초를 필터와 분리하지 않고 갈아 쇠똥과 섞어 고체 연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활용 시 필터 분리 문제는 조만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을 우선해 환경문제에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담배꽁초 재활용 업체를 지원하는 등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그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도 “환경 관련 정책이나 사업 지원에 있어서 비용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오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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